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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픽셀'서 만리장성 대신 타지마할이 무너진 이유

중앙일보 2015.07.26 14:51














최근 개봉한 영화 '픽셀'에서는 인도의 대표적 건축물 타지마할 묘가 파괴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2013년 쓰여진 ‘픽셀’의 원래 대본에는 부서져야 할 건축물이 타지마할이 아니라 중국의 만리장성으로 나온다.



중국이 자랑하는 만리장성이 파괴되는 장면을 넣었다간 중국의 화만 돋울 게 뻔한 상황에서 영화사는 인도의 타지마할을 부수는 장면을 넣었다고 한다.



세계 영화계에 막대한 티켓 파워를 행사하는 중국의 눈치를 보는 할리우드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5일 로이터·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들은 중국을 다분히 의식하고 있는 할리우드를 조명했다.



’ 픽셀’의 원래 대본에서는 해킹과 연관되는 서버 메일 주소로 중국을 연상케 하는 구절이 있었다. 해커 퇴치를 거론하며 언급한 '사회주의-음모론 형제'라는 표현은 누가 봐도 중국의 해커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소니픽처스 중국 대표인 초우 리는 "이 장면을 굳이 넣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이언맨 3'에서는 중국계 의사가 주인공들을 돕는다. 이런 이유에서였을까. 중국에서 2013년 두 번째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바로 ‘아이언맨 3’였다고 로이터 등은 보도했다.



세계에서 가장 흥행에 성공한 '아바타'도 중국 유명 관광지인 장가계(張家界)와 원가계(袁家界)를 배경으로 하며 중국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 지난해 개봉한 '트랜스포머4: 사라진 시대'도 홍콩을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설정하고 중국의 '국민 여배우' 판빙빙(范??)을 기용했다.



할리우드가 중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흥행을 좌우하는 중국인들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를 합친 영화관 수입은 104억 달러(약 12조2000억원)로 2013년 대비 5% 줄었다. 반면 중국 영화시장은 같은 기간 34% 늘어난 48억 달러(5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만 중국 영화표 판매액은 33억 달러(3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기록을 깨는 건 시간 문제다.



중국의 영향력이 워낙 강하다 보니 중국 검열관 눈에 곱게 비치지 않는 영화는 대륙에서 개봉조차 되지 않는다. 미국 정부가 해적들로부터 단 한 명의 미국인을 구하기 위해 싸우는 활약상을 다룬 '캡틴 필립스' 같은 영화는 중국에서 개봉되지 않았다. 미국인을 지나치게 영웅으로 부각시키는 게 중국인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쳐 흥행을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재벌들이 영화에 관심이 많은 것도 할리우드에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도 자회사로 알리바바 픽처스를 두고 있으며 중국 2위의 부호 왕젠린 역시 미국 영화기업인 AMC를 26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영화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왕젠린이 설립한 칭다오 무비파크 개관식에는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니콜 키드먼, 이완 맥그리거, 존 트래볼타, 캐서린 제타 존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참석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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