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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연봉’ 로열스, 승률 1위 비결은 수비 놀음

온라인 중앙일보 2015.07.26 04:47
짠물수비로 유명한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3루수 마이크 무스타커스가 몸을 던져 플라이볼을 잡아내고 있다. [캔자스시티 AP=뉴시스]



야구 상식 깬 MLB 돌풍의 팀



야구 전문가들은 경기에서 이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라고 말한다. “야구는 화끈한 공격이지”라고 주장하는 게 하나다. 타자들이 호쾌한 홈런을 치고, 주자가 가득 찬 상황에서 적시타를 쳐내는 모습을 보면서 열광한다. 정반대의 주장도 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을 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볼거리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정상급 투수인 클레이튼 커쇼(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 등이 펼치는 멋진 투구다. 물론 이들의 주장이 틀린 건 아니다. 더 많은 점수를 얻어내고, 더 적은 점수를 내줄 때 승리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모든 구기 종목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한 가지 있다. 더 적은 점수를 내주는 데에는 투수의 역할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야수들의 수비력 역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지금 MLB에서는 외면받던 쉬운 진리에 주목해 좋은 성과를 거두는 팀들이 있다.









경기당 0.5점 막아내는 흙속의 진주들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팀을 꼽자면 단연 캔자스시티(KC) 로열스다. 지난 시즌 아메리칸리그(AL) 중부지구 2위를 차지하며 29년 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했던 그들은, 올 시즌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AL 중부지구 1위를 질주하고 있으며, 서부지구와 동부지구를 합쳐도 승률 1위이다. 와일드카드 3위를 달리고 있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무려 9게임이나 앞서 있어서,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실시 된다.



인상적인 부분은 로열스가 제한된 자금력을 가진 ‘가난한 팀’이라는 점이다. 올 시즌 선수들의 총 연봉은 1억 1200만 달러로 리그 15개 팀중 10위에 불과하다. 1위인 뉴욕 양키스에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MLB는 자본의 논리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스포츠이다. 양키스나 레드삭스, 다저스 같은 팀들은 매년 자유계약(FA)시장에 나온 슈퍼스타를 데려가며 우승 전력을 갖추지만 로열스와 같은 팀들은 진흙 속의 진주를 발굴해야만 하는 처지이다. 그런 그들이 선택한 답안은 무엇이었을까?



로열스가 내린 결론은 바로 수비력의 강화였다. 그들은 아오키와 리오스, 인판테와 같은 저렴하면서도 검증된 수비수들을 FA로 영입했으며, 수비가 완성된 선수라면 타격에서 미흡하더라도 과감하게 기용했다. 몇 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그들은 목표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로열스의 수비수들은 현재까지 94경기에서 47점을 막아내고 있다. 평균적인 수비력을 보인 팀과 비교해 47점을 덜 허용했다는 얘기다.(표 참조) 이는 리그 2위인 휴스턴의 2배를 넘어가는 수치이다. 그들은 리그 평균 수준의 수비력을 갖춘 팀에 비해 한 경기당 0.50점을 막아낸다. 리그 최하위의 수비 실력을 보이는 뉴욕 양키스(94경기 DRS -37)와 비교하면 이 격차는 더 심해진다. 로열스의 수비수들은 동료 투수들을 자신의 능력보다 한 단계 위의 투수로 보이게 하는 마술을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수비력의 상승은 투수진을 구성하는데 있어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일반적으로 뜬공형 투수에 비해 땅볼형 투수들의 값이 더 비싸다. 병살을 유도할 확률도 높고 장타를 맞을 확률도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야가 넓어 홈런이 많이 나오지 않는 카우프만 스타디움을 홈으로 사용하고, 케인-고든-다이슨 이라는 최고의 외야 수비진을 갖춘 로열스는 경쟁 구단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타 팀에서 외면받던 뜬공형 투수인 거스리, 바르가스, 영을 저렴한 값에 데려와 활용하며 팀 전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올시즌 한국프로야구(KBO)의 순위 판도에서도 수비의 가치는 간과하기 힘들다. 올 시즌 순위표에서 가장 이변의 팀은 한화 이글스와 LG트윈스라고 볼 수 있다. 만년 꼴찌로 올해도 하위권이 예상되던 한화는 5강 플레이오프 경쟁중이며, 최근 2년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했던 LG트윈스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해 8~9위를 맴돌고 있다. 시즌 전 예상과는 정반대인 이러한 성적의 비밀 역시 수비에 정답이 있다.



다소 생소한 통계일 수 있는 FIP는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의 약자로서, ‘수비무관 평균자책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반적인 평균자책점(ERA)의 경우 단순히 9이닝당 자책점만을 계산하기에 수비수들의 능력이나 뒤이어 등판한 불펜 투수의 능력, 혹은 운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는 약점이 있다. 반면 FIP는 99% 투수의 책임인 삼진, 볼넷, 피홈런만을 바탕으로 만들기 때문에 해당 투수가 선보인 투구의 질을 순도 높게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화, 이용규·송주호 투입해 외야 안정

위의 표에서 보듯 한화의 투수들은 대체로 자신이 보여준 피칭에 비해 더 좋은 ERA를 기록하고 있고, LG의 투수들은 더 나쁜 ERA를 기록하고 있다. 그 원인을 보기 위해 일례로 양 팀의 외야 수비를 살펴보자. 한화 이글스는 오랜 부상에서 탈출한 이용규를 필두로, 대수비 요원인 송주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수비에서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반면 LG 트윈스는 주전 야수진들의 노쇠화로 인해 전반적인 수비능력이 하락한 상태이다. 이를 보완 해주어야 할 대수비요원인 문선재, 김용의 등도 내야에서 외야로 포지션을 바꾼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선수들이어서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 물론 FIP-ERA의 격차를 온전히 양 팀의 수비력 차이의 탓으로 만은 돌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간과해서도 안 될 부분이다.



만년 하위팀이던 로열스는 새로운 시도를 감행해 수비 강화에 집중했다. 그 결과 리그 연봉총액 10위의 자금력으로 승률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이는 가난한 구단들이 찾아낸 새로운 생존전력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른바 제2의 머니볼이다. 지금은 바야흐로 수비수의 가치에 주목해야 할 시기이다.



임선규 대전대 한의대 재학 중. 스포츠 콘텐트 생산 업체 bizball project에서 MLB 칼럼을 담당하고 있다. 포털 서비스 네이버 스포츠의 라디오 프로그램 ‘트루볼쇼’에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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