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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백태…휴대폰 믹서기에 갈고 오븐에 굽고

중앙일보 2015.07.23 15:22
2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간 첫 TV토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이 두 가지 고민에 빠졌다.



첫 번째 고민은 '컷오프 살아남기'다. 무려 16명의 후보가 난립하자 TV토론을 실시하는 폭스뉴스 등이 참석인원을 10명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컷오프 통과 가능성은 62.5%. 방송사가 TV토론 참석 후보를 제한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다. 지난 2008년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 수는 7명. 따라서 전원이 TV토론에 나섰다.



다음달 4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1차 TV토론을 주최하는 폭스뉴스는 "토론 이틀 전인 4일 오후 5시 이전에 실시된 다섯 차례의 전국단위 최신여론조사 평균치를 탈락 기준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1~10위의 '1부 리그'는 2시간짜리 메인 토론회, 10위권 밖의 '2부 리그'는 1시간짜리 별도 토론회를 실시한다.



2부 리그로 물러나면 사실상 군소후보로 낙인 찍히는 셈이다. 따라서 선거전을 끝까지 치르기 힘들어진다. 그러다보니 중·하위권 후보들에겐 '1부리그' 진입이 지상과제다. 게다가 현재 여론조사 1위를 지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나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일부를 빼고는 모두 도토리 키재기라 노려볼 만한 싸움이란 판단이다.



지난 19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ABC 공동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8위(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부터 공동 15위(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 에 이르는 9명의 지지율 격차는 불과 4%포인트다.



뉴욕타임스(NYT)는 "조사의 편중, 수치 조절 등으로 발생하는 오차로 인해 지지율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경우 후보 순위가 운으로 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후보 간 TV토론회는 내년 2월까지 9차례 정도 실시될 예정이다.



'운 좋게' TV토론 1부 리그에 남는다 해도 고민은 남는다. 현재 분위기로 보면 대다수 후보들이 '트럼프 들러리'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TV토론에선 멕시코 불법이민자를 성폭행범에 비유하고 전쟁영웅 존 메케인 상원의원을 폄하하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지지율 1위에 올라선 트럼프에 관한 질문이 집중될 것"이라며 "트럼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돼) 다른 후보들에겐 악몽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다가 트럼프는 TV 진행 경험도 풍부해 다른 후보들을 갖고 놀며 TV토론을 '2시간짜리 트럼프 쇼'로 만들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2011년 12월 TV토론 진행을 직접 맡은 적도 있다. 트럼프는 현 지지율을 열흘 남짓 유지할 경우 TV토론장 가운데에 자리잡게 된다.



뉴트 깅그리치 전 공화당 하원의장은 22일 "그는 분명히 시끄럽고 공격적이며, 공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각 후보들은 트럼프에 정면으로 승부를 걸지, 아예 외면하는 전략으로 갈지 고민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부시 전 주지사나 워커 지사 등 '강자 그룹'은 대체적으로 맞대응을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이지만 중·하위권 후보들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라도 트럼프에 싸움을 걸겠다는 전략이다.



21일 트럼프에 의해 선거 유세장에서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 당한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레이엄은 22일 'IJ 리뷰'란 동영상 사이트에 '린지 그레이엄과 휴대전화 부수기'란 1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트럼프에 대한 불만을 그대로 담았다. 동영상에서 휴대전화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식칼로 내려찍는가 하면 믹서기에 넣어 갈기도 한다.



또 골프채로 휴대전화를 멀리 날리고 오븐 속에 요리와 함께 휴대전화를 굽더니 "이 모든 방법이 실패하면 트럼프에게 그냥 내 전화번호를 주라"고 말한다. 이 영상 덕분에 그는 이날 CNN에 출연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CNN의 인터뷰에 나와 "상대방이 먼저 도발하니 응하는 것일 뿐"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좀 더 나이스(nice)해 질 것"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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