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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차이나] 왕지쓰 베이징대 교수 "미·중 관계 본질은 두 개의 질서"

중앙일보 2015.07.23 14:38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집권기 외교 책사로 활약한 중국의 미국전문가 왕지쓰(王緝思·67·사진)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이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중문망에 칼럼을 기고했다.



달라이 라마,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남중국해, 해킹 등 미·중 사이에 복잡다난한 갈등이 속출하고 있는 와중에서다. 왕지쓰 교수는 미·중 관계의 본질을 ‘두 개의 질서’로 풀이했다. ‘두 개의 질서’는 중국 공산당이 영도하는 중국 국내 질서와 미국이 주도하는 기존 국제 질서를 말한다.



미국은 중국의 국내 질서를 파괴하려 하고, 중국은 기존 국제 질서의 파괴를 꿈꾼다. 왕 교수는 이 ‘두 개의 질서’를 서로 파괴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측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9월로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미에도 불구하고 미·중은 ‘두 개의 질서’에 대한 전략적 상호 의심을 내려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미·중 관계는 한국 외교의 최대 변수다. 한쪽에 치우치는 편승 외교는 불가능하다. 양다리 외교도 위험하다. 원칙외교, 명민(明敏)외교 등이 해답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순서가 틀렸다. 미·중 관계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진단과 처방은 그 다음이다.



왕지쓰 교수의 칼럼은 한국 외교에 인사이트를 던져준다. 두 개의 질서에 대한 존중이 포인트다.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과 미국의 리더십 둘을 모두 존중해야 할 터다. 미·중 양국이 각기 서로 상대편 질서를 흔들려 할 때 한국은 과감하게 거부하고 동참하지 말아야 한다. 이 두 질서를 존중할 때 한국 외교가 숨쉴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음은 왕지쓰 교수의 칼럼의 번역문이다.



두 개의 질서와 미·중 관계의 미래



미·중관계는 인류 역사상 가장 복잡한 양자 대국관계다. 양국의 교류가 깊어지고 있지만 협력과 모순은 공존하고 있다. 태평양을 마주한 양국 최고 정책결정자는 각각 초점이 서로 다르다. 중국 지도자의 최고 관심사는 중국공산당의 리더십 아래 국내 질서를 미국이 파괴하지 못하도록 막는데 있다. 미국은 미국이 이끌어 온 국제 질서에 중국이 도전을 제기한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두 개의 질서’ 혹 ‘두 개의 패권(supremacies)’ 사이의 모순이 양국 관계의 핵심이다.



1949년 신중국 성립 이후 중국의 대내외 정책은 모두 목표가 같았다. 바로 공산당 리더십 아래 국내 정치의 안정 유지다. 한국전쟁 초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전 당원에게 직접 “친미 반동사상과 미국을 두려워하는 잘못된 심리를 단호하게 제거하며, 미국을 적대시하고 무시하며 멸시하는 태도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1950년대 중국공산당은 존 포스터 덜레스 국무장관의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화평연변(和平演變·평화적 수단에 의한 체제 붕괴)’ 발언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했다.



1970년대 소련의 전략적 팽창에 공동으로 반대하면서 이뤄진 미·중 밀월기 동안에도 중국 공산당의 국내에서의 지도적 지위라는 주제는 다시금 수면에 떠올랐다. 최근 중국 관방과 주류 매체의 발언 속에는 미국이 중국의 국내 질서를 파괴하려 하는 데에 대한 비난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색깔 혁명’ 선동, ‘대만·신장(新疆)·티베트 독립’ 지지, 홍콩의 안정 파괴 시도 등을 비난하고 나섰다. 또 중국 인민에게 미국의 정치 전복과 사상 침투 기도에 대해 함께 대항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의 대중 정책은 세계의 패권국가인 미국에 대한 중국의 태도와 영향에 집중돼있다. 중·소 동맹에서 1960~70년대 중국의 북베트남 지원까지 미국은 중국을 적대시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해서다. 닉슨 행정부가 중국 적대시 정책을 바꾼 것은 중·소의 전략적 대치가 객관적으로 미국의 글로벌 이권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국 정책에 적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은 의심할 바 없이 일관되게 중국의 정치 발전과 개혁개방 과정에 다양한 수단을 통해 개입을 시도했다. 동기는 이데올로기에서 시작됐다. 미국인은 만일 중국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치 개혁을 진행한다면 현존하는 국제 경제 질서와 국제안보시스템에 빠르게 융합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미국이 제정한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미국이 날이 갈수록 우려하는 점은 나날이 강대해지는 중국이 현존 국제 질서를 허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결별한 뒤 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바꿔 말해 중국이 아시아와 세계에서 미국의 패권을 전복하려는 장기 계획이 없다고 믿을 때, 워싱턴은 중국의 국력 증가와 ‘엄격’한 내부 정치에 대해 여전히 ‘관용’할 것이다.



미·중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질서’라는 문제를 먼저 처리해야 한다. 만일 미국이 중국의 기본 정치 제도와 중국 공산당의 리더십을 존중하고 주관적으로 도전하지 않는다면, 중국을 설득해 세계에서 미국의 주도적 위상을 존중받고 이에 대해 도전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반대 논리도 성립한다. 이것이 미·중 간 ‘상호존중’의 진짜 의미다.



미국 친구들에게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절대 다수 미국인은 과거 30여 년간 중국이 거둔 경제 발전과 생활 수준 방면에서의 성취를 인정한다. 많은 중국인은 이러한 성취가 공산당의 리더십 덕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인) 당신들은 (인정을) 보류하고 있다. 대신 ‘공산당의 리더십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거대한 진보를 이뤘다’고 말한다.” 미국인 친구는 대답이 궁색해진다. 미국 내의 ‘정치적 정확성(political correctness)’은 미국 지도자가 공개적으로 중국 공산당이 지도하는 중국의 국내 질서를 지지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미국인은 종종 말한다. “중국은 미국이 이끄는 국제질서 아래서 거대한 진보를 이뤘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중국 경제발전의 장애물이 아니다. 미국의 경제 파워가 실제로 중국에 이롭지 않나? 이게 사실인데 왜 많은 중국인들은 미국의 실력과 국제 행위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나?” 나 역시 이 질문에 만족스런 답을 쉽게 내놓지 못한다.



사실 미·중 양국 지도자는 이러한 질문에 분명한 대답을 내놨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성공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미국 고위 관리는 여러차례 미국은 중국의 국내 정치질서를 전복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중국 정부 역시 1980~90년대에 가졌던 “국제 정치 경제의 새로운 질서 수립을 지지한다”는 입장에서 현재는 “국제 경제 정치 질서가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중국 공산당은 공식적인 발언을 통해 중국은 국제질서의 수혜자·수호자·건설자라고 밝혔다. 중국 지도자는 수 차례 미국을 향해 중국은 미국의 국제적 지위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아시아로부터 몰아낼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나라의 정치 엘리트와 대중은 상대방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안심하지 못한다. 양국간에 엄연히 현존하는 ‘전략적 불신’ 현상이다.



헨리 키신저는 근사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바 있다. 미·중 양국이 ‘공동진화(co-evolution)’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양국이 상호 협력과 경쟁 속에서 각자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나 역시 미래 미·중 관계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인은 양국의 내부 정치와 경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둘러싼 다툼이나 누가 글로벌 넘버원 국가가 되느냐의 다툼은 아니라고 믿는다.



최근 미국은 공개적으로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국제적 이익에 계속 도전한다면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해야하며 심지어 중국의 국내 정치질서를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생각은 극히 우려스럽다. 만일 미국이 실제로 이렇게 한다면 이는 미·중 양국 지도자들이 묵인한 협력의 기반을 파괴하는 행위다. 그렇게 된다면 중국은 국제 문제에서 더 강렬하게 미국의 이익에 도전할 것이다. 이것이 미·중 관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바라는 인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이기도 하다.



중국어 기사 원문 : 中美關係事關“兩個秩序”

영어 기사 원문 : The ‘Two Orders’ and the Future of China-U.S. Relations





신경진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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