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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 대출자 월 갚는 돈 50만 → 111만원

중앙일보 2015.07.23 01:09 종합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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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영업을 하는 유모(42)씨는 올 3월 급전이 필요해 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했다. 그런데 사업소득이 대출 기준에 미달했다. 부친 소유 건물에서 아동복 가게를 운영해오면서 현금 거래나 간이영수증을 통해 신고소득을 줄였기 때문이다. 유씨는 대신 신용카드 사용액을 소득자료로 제출해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내년부턴 유씨처럼 증빙소득이 적은 사람은 현재만큼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정부, 가계 빚 1100조 대책



 # 중견기업 직장인 김모(46)씨는 지난해 말 2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했다. 3년은 이자만 갚는 거치식(3% 고정금리)이라 매달 50만원만 상환하고 있다. 자녀 둘 교육비 때문에 원금까지 함께 갚을 처지는 못돼 거치기간이 끝나면 같은 조건의 새 대출로 갈아타 계속 이자만 갚을 요량이다. 그러나 거치기간이 끝난 뒤 새 대출로 갈아탈 때는 매달 이자와 원금을 합쳐 111만원(20년 만기)씩 상환해야 한다.



 정부가 1100조까지 불어난 가계빚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내년부터 재산이 있어도 매달 원리금을 갚아나갈 소득을 입증하지 못하면 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 장기간 이자만 갚다가 만기에 상환하는 대출의 신규 가입을 제한해 초기부터 이자와 원금까지 상환해가도록 바꾸기로 했다. 앞으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에 대비해 변동금리 대출 한도를 오른 금리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스트레스 금리(stress rate)’ 제도도 도입한다. 그만큼 대출 가능 액수가 줄어든다. 담보로 잡힌 집값이 은행 대출금보다 낮아져 ‘깡통주택’이 돼도 집만 은행에 넘기면 대출금 상환을 면제해주는 ‘유한책임대출(비소구대출)’ 제도도 12월 시범 도입된다. 정부는 22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놨다.



 지난해 7월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취임 후 완화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은 건드리지 않되 빚 갚을 능력을 엄격히 따져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만 제거하자는 취지다. 금융위원회 손병두 금융정책국장은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빚 권하는 사회’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가 됐다”며 “능력만큼만 빌리고 빌렸으면 처음부터 갚아나가는 구조를 만들자는 게 이번 대책의 골자”라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서정호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의 구조를 개선하자는 취지는 옳다”면서도 “당장 충격을 받을 자영업자나 소득이 적은 젊은 층을 위한 보완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대출받을 때 소득을 증빙하는 자료가 제한된다. 지금은 원천징수영수증, 소득금액증명원, 건강보험료 납부액 등 증빙 자료 외에 카드 사용액이나 매출액을 활용해 추정한 소득(신고소득)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원칙적으로 국세청처럼 정부나 공공기관이 확인한 자료만 인정된다. 또 상환 능력을 따질 때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외에 기존 마이너스대출, 신용대출의 원리금 부담까지 함께 감안해 평가한다.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상가·토지 담보 대출 기준 역시 깐깐해진다.



 내년부터 나가는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거치식을 활용하더라도 거치기간은 현재의 3~5년에서 1년 이내로 줄 인다.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원대 이재수(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취해오다 대출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은 시장에 경고 시그널을 주려는 것”이라며 “ 부동산 시장 활황세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민근·한진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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