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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감안 LTV·DTI 손 안 대 … 부실 위험 대출만 솎아낸다

중앙일보 2015.07.23 01:05 종합 4면 지면보기
“이번 대책은 전면전이 아니라 ‘크루즈 미사일’로 정밀 타격해 위험을 줄여보자는 시도다.”


정부 1100조 가계 빚 대책 보니

 22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내놓은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는 있다지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건드리는 건 정부로서도 부담스럽다. 자칫 겨우 살아나고 있는 부동산 경기에 찬물을 끼얹어 소비 심리마저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대신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인 주택담보대출만 겨냥했다. 전체 가계 빚 1100조원 중 은행권 대출은 527조4362억원, 그중 주담대가 375조2563억원이다. 덩치가 큰 것은 물론 대출 증가도 주도하고 있다. LTV·DTI 규제가 완화되고, 기준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한 지난해 8월 이후 올 6월까지 은행권 주담대는 59조5000억원이 늘었다. 직전 6개월 증가 폭(16조6000억원)의 세 배가 훌쩍 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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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대출이 늘면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는 효과는 있었다. 2013년 85만 건에 그쳤던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101만 건으로 늘었고, 올 들어서도 6월까지 61만 건을 기록하며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가계 빚 증가 속도가 정상 수준을 벗어났다. 일반적으로 가계 빚은 경제 규모가 커지면 따라서 불어나게 마련이다. 정부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부채 증가 속도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친 경상성장률 정도다. 그러나 가계 빚 증가 속도는 2011년 이후 꾸준히 경상성장률을 줄곧 웃돌고 있다. 이번 대책이 나오기 전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 등으로 구성된 가계부채관리협의체 내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한은의 기준금리 운용이나 금융안정 측면에서 가장 큰 위협”이라면서 “증가 속도를 늦출 방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해 왔다”고 말했다.



 경기가 걱정인 기획재정부와 금융 불안이 걱정인 한은 사이에서 금융당국이 낸 절충안이 이번 대책이다. 상환 능력을 더 꼼꼼히 따지는 건 금리 상승 때 대규모 부실이 일어나는 걸 막자는 취지다. 또 원금 분할상환을 확대하면 빚을 갚아나가는 가구가 늘어나는 동시에 대출을 받는 금액도 현재보다는 줄 것이란 계산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분할상환 방식의 비중은 33%다. 당초 2017년 40%로 늘리겠다 게 목표였지만 이번에는 이를 45%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6%포인트를 더 끌어올리면 은행에 보증료를 깎아주는 ‘당근’도 제시된다. 금융위 관계자는“대책이 시행되는 내년 이후 1년~1년 반이 지나면 가계대출 증가율과 경상성장률이 유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대책이 가계부채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데엔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한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대출의 제약이 특정 계층에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국대 강경훈(경영학부) 교수는 “소득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자영업자 등이 곤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은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간 공식 증빙자료 대신 신고 소득으로 대출을 받은 경우는 전체의 25%에 달한다. 우리은행 김종원 부동산금융사업본부장도 “그동안은 소득 자료가 없어도 묵시적으로 연간 소득을 2000만원으로 인정해 대출해 줬다”면서 “이런 대출이 금지되면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는 사람들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상 대출을 장려하던 정책이 규제로 방향을 틀기 시작한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일 경우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여파도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상환 능력 심사를 강화하고 변동금리에 대한 부담을 크게 지우면 실수요자인 20~30대의 주택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에 인식되는 정보에 따라 파급 효과가 다르겠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이번 대책만으로 가계부채 불안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가계부채는 증가 속도는 물론 절대규모 자체가 너무 커 외부에서 충격이 올 경우 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며 “결국 근본적인 대책은 소득을 늘려 빚 상환 능력을 키워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조민근·염지현 기자 jming@joongang.co.kr





◆주택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 ratio)=집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집값의 얼마까지 담보로 인정해 주는지 나타내는 비율. 현재 은행권의 LTV 비율은 70%다. 보통 시가의 일정 비율로 정한다. LTV 한도가 70%고 집값이 1억원이라면 근저당권이 설정되지 않은 것을 전제로 7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매년 갚아야 하는 대출 원금과 이자가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연 소득이 1억원이고 갚아야 할 원리금이 5000만원이면 DTI는 50%가 된다.



 ◆안심주머니 앱=빌린 돈을 분할 상환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분할상환에 따른 이자절감액, 상환 능력을 감안한 대출 규모, 위험 내용 고지 등이 담겨 있다. 이 앱으로 주택금융공사 모기지 상품을 이용하면 금리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르면 올해 10월 출시된다.



 ◆유한책임 대출(비소구 대출·Non-Recourse Finance)=담보물에 한해서만 책임을 지는 대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가 주택 가격이 대출금 밑으로 떨어지더라도 대출자는 주택만 포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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