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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숙박권 싸게 팔아요” 바캉스 사기 극성

중앙일보 2015.07.23 00:50 종합 10면 지면보기
지난달 17일 김모(40)씨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XX호텔 숙박권을 50만원에 판매합니다’라는 글을 봤다. 정가보다 10~20% 싼 가격이었다.


인터넷에 글 등록, 돈 받으면 잠적
“콘도 당첨” 경품 수수료 요구도

김씨는 여름휴가 때 사용할 요량으로 판매자에게 연락했고, 카카오톡 아이디와 전화번호·계좌번호를 받고는 아무런 의심 없이 돈을 부쳤다. 하지만 돈을 입금하자 판매자는 종적을 감췄다. 그는 판매자를 경찰에 고소했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김씨 같은 ‘바캉스 사기’ 피해자가 늘고 있다.



휴가철인 6~8월에 수요가 높은 호텔·리조트·펜션의 숙박권이나 캠핑용품, 물놀이용품 등을 싸게 팔 것처럼 속여 돈만 가로채는 인터넷 사기 수법이다. 22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인터넷 직거래 사이트나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벌어지는 ‘할인 사기’에 당한 전형적인 경우다. 이런 사기엔 주로 휴가를 7~8월에 가야만 하는 직장인 등이 급하게 숙박권을 구하려다 피해를 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숙박권 사기 피해신고 105건 중 31건(30%)이 7~8월에 집중됐다.



 경품행사를 빌미로 접근하는 ‘당첨 사기’도 적지 않다. 텔레마케터를 동원해 무작위로 전화를 건 뒤 “콘도 회원권과 숙박권을 무료로 주는 행사에 당첨됐다”며 제세공과금이나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돈을 보내라고 하는 수법이다.



 ‘리조트 숙박권 삽니다’라는 글을 올린 게시자만 골라 찾아 쪽지를 보낸 뒤 연락하는 ‘쪽지형’도 있다. 22일 대표적인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 들어가 확인했더니 “숙박권을 사겠다”며 글과 연락처를 올린 사람이 수십 명에 달했다.



 해먹 같은 캠핑용품이나 물놀이용품 등도 바캉스 사기의 대표 품목이다. 의정부경찰서는 지난달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서 캠핑용품 판매를 미끼로 30여 명에게서 1400여만원을 받아낸 혐의(사기)로 김모(21)씨를 구속했다.



 여름방학을 맞은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을 노린 ‘통장 가로채기’도 극성이다. 지난달 경기 일산경찰서는 취준생의 통장을 사들여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한 혐의로 김모(32)씨 등 15명을 구속했다. 사기꾼들은 대학생이나 취준생이 구직에 나서는 방학 때 여러 구직 사이트에 ‘통장을 빌려주면 고액 연봉을 보장한다’는 광고를 집중적으로 올린다. 이달 초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올해 1~6월 금감원에 접수된 대포통장 모집 피해 사례 1000여 건 중 60% 이상이 취업 광고를 가장한 경우였다. 한 구직 사이트 관계자는 “특히 방학 기간에 대포통장 모집 광고가 급증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수욕장처럼 행락객이 붐비고 현금 거래가 잦은 곳에서는 ‘위조지폐’가 유통되기도 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찰은 당부했다. 실제 위조지폐도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위조지폐 발견 건수는 3588건(2013년)에서 3808건(2014년)으로 6.1% 증가했다.



 우두식 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휴가를 앞두고 들뜬 마음에 충동구매를 하거나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덥석 구매부터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어떤 경우든 개인정보부터 보내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바캉스 사기를 막으려면 송금 전에 ‘더치트(THECHEAT)’ 같은 사기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에 들어가 판매자 이름과 전화번호, 계좌 등이 사기에 연루된 적이 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채승기·김선미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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