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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이 시설 갖춰주니 … 마을뉴스 방송 만든 성북구민

중앙일보 2015.07.23 00:46 종합 12면 지면보기
서울 성북구 돈암동 소재 ‘성북마을 미디어지원센터’에서 주민들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편집하고 있다. 성북구 소속 마을 미디어 단체는 사전 예약만으로 이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마을뉴스·라디오·잡지 등을 제작하고 주말이면 공개방송이나 중·고등학생 견학을 실시하기도 한다. [사진 성북구청]


“첫 소식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성북구 미디어지원센터. 주민 앵커 한혜란(23·여)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뉴스를 읽었다. “월곡동에서 마을계획단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중간중간 말이 끊어지기도 했지만 한씨는 5분짜리 뉴스 방송 촬영을 무리 없이 마쳤다. 주민들만의 참여로 ‘마을뉴스’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이젠 시민이다 <하> 지자체·주민 함께 만드는 변화



 마을뉴스는 주민 20여 명이 운영하는 ‘와보숑 tv’가 격주로 제작한다. ‘와보숑 tv’ 운영위원 이경숙(45)씨는 “주민들이 직접 촬영부터 편집까지 제작 전체를 담당한다. 고등학생과 교사·주부 등 다양한 주민들이 앵커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와보숑 tv’는 총 5개의 정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성북구엔 ‘와보숑 tv’ 같은 미디어 단체가 18개 있다. 이들은 지역 내 이슈가 되는 모든 이야기를 다룬다. 박민욱 미디어지원센터장은 “주민들이 직접 지역 이슈를 만들고 공론의 장을 형성하기 때문에 구청 입장에선 여론을 알 수 있는 훌륭한 통로”라고 말했다.



 성북구의 마을 미디어가 활성화되는 데는 구청의 든든한 후원이 큰 힘이 됐다. 2010년 김영배 구청장은 언론·건축·철학·역사 등 총 28개 분야의 시민아카데미를 만들어 주민 교양교육을 시작했다. ‘와보숑tv’는 그중 언론 분야의 아카데미 출신들이 주축이 돼 만들었다. 구청은 또 돈암동의 아리랑시네센터 2층(460㎡)을 방송국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 1억원을 들여 방송·통신 장비를 갖춰줬다.



서울 관악구 삼성동 새마을문고(2010년·사진 아래)가 주민·구청의 협력 아래 ‘샛별 작은도서관’(현재)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사진 관악구청]
 주민과 구청이 협심해 변화를 일궈낸 사례는 비단 성북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관악구에는 43개의 ‘작은도서관’이 있다. 이 도서관은 하나의 네트워크로 형성돼 있다. 집앞 도서관에 책이 없는 경우 주민이 인터넷으로 책 대여를 예약하면 그날 저녁까지 그의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으로 가져다 놓는다. 이는 주민의 자발적 노력과 구청의 뒷받침이 하나로 결합해 만든 성과다.



 2010년 취임한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마을 곳곳에 작은도서관을 만들었다. 2011년 관악산 매표소를 ‘시 전문 도서관’으로 바꾸는 등 버려진 시설을 리모델링해 도서관을 늘렸다. 도림천 한편에는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해 ‘도림천에서 용나는 작은도서관’을 만들었다. 그러나 마을 전 지역에서 작은도서관 운영이 가능하게 된 건 기존에 있던 새마을문고 회원들의 역할이 컸다. 구청은 예산을 투입해 20곳의 새마을문고를 리모델링하고 회원들은 자원봉사로 도서관 운영을 맡았다. 매주 3일, 하루 세 시간씩만 문 열던 회원들은 작은도서관으로 전환한 뒤 월~금 하루 9시간씩 개방했다. 관악구 새마을문고회장 김점숙(55·여)씨는 “도서관 하나를 만들 때마다 회원들이 꼬박 석 달 동안 먼지를 뒤집어쓰고 책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주민과 구청의 합심 끝에 2010년 20만 권이었던 전체 작은도서관의 책은 56만 권으로 불어났다. 회원 수도 같은 기간 7만여 명에서 14만여 명으로 두 배가 됐다. 도서관을 찾는 주민이 많아지자 올 3월부터는 5개 도서관이 2시간 연장 운영 중이다. 2013년 9월 이 지역 도서관 사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일본 도쿄 세타가야(世田谷) 구청장이 방문하기도 했다.



중앙일보·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공동기획



◆특별취재팀=윤석만·노진호·백민경·김민관 기자, 정현령·전다빈 인턴기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김준영·김한울 연구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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