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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를 지켜라 … 경남·전남 황금어장 싸움

중앙일보 2015.07.23 00:45 종합 14면 지면보기
22일 경남 남해군 미조항에서 어선들이 해상시위를 하러 떠나고 있다. 인근 어장에서 전남 어민만 조업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에 반발해서다. [송봉근 기자]


‘경남 어민 뭉쳐 우리 바다 지켜내자.’ ‘대법원은 각성하라’.

남해·여수 접경, 서로 “우리 바다”
대법, 전남 손 들어주자 경남 반발
어선 400척 해상시위 … 경비정 출동



22일 오후 경남 남해군 미조항에서 남쪽으로 약 20㎞ 떨어진 바다. 1~50t 남해군 어선 400여 척이 이런 현수막들을 내걸고 해상 시위를 벌였다. 위치는 대법원이 인정한 전라남도 관할 해역과의 접경 지역이었다. 그 앞 전남 해역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에서 해양경비안전본부 경비정 35척이 늘어서 있었다.



 시위를 한 어민들의 요구는 전에 멸치 등을 잡던 해역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원래 남해군 어민들은 이날 경비정이 늘어서 있던 경계선을 넘어 전남 쪽 바다에서 멸치·장어·도다리를 잡았다. 특히 멸치가 많이 잡혀 ‘황금 어장’으로 불렸다.



 그러던 해역에 대해 2005년 전남도가 관할권을 주장했다. 연안 어업은 관할 도민만 할 수 있으니 남해군 어민은 경계선을 넘어와 고기를 잡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뒤로도 상당 기간은 해당 수역에서 전남·경남 양쪽 어민이 예전처럼 고기를 잡았다.



 그러다 2011년 전남도가 이 지역에서 조업하던 어민 17명을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적발했다. 1, 2심에선 혐의가 인정돼 어민들은 벌금 100만~200만원을 물게 됐다. 이에 남해군 어민들은 대법원까지 가며 맞섰다. “1982년 개정된 수산자원관리법에는 해당 해역이 경남도 조업 구역으로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전남도는 73년 만든 ‘국가기본도 해상경계’를 근거로 전남도 수역이라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11일 전남도 손을 들어줬다. “수산자원관리법 부록에 나온 지도에 남해군 주민들이 주장하는 선이 그어져 있지만, 이 선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돼 있지 않아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결국 남해군 주민들은 황금 어장을 놓치게 됐고 이에 22일 해상 시위에 나선 것이다.



 대법원 판결과 관련, 경남도 김상욱 해양수산국장은 “논란이 되는 해역은 관행적으로 경남도민들이 조업했던 곳”이라며 “다음달 중 헌법재판소에 해상경계를 제대로 만들자는 심판 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과 다른 판결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기로 했다. 전남도 김병주 해양수산국장은 “시위에는 대응하지 않겠지만 경남 어민이 경계를 넘어 들어와 조업 할 경우에는 단속하는 등 강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남해=위성욱 기자, 무안=김호 기자 we@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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