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 편의점 시장 100조원 시대 … “노인들의 식당·약국이자 경로당”

중앙일보 2015.07.23 00:43 종합 18면 지면보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도시락 배달 등 맞춤 서비스 봇물
건강 상담 창구 두고 약사 상주도
노래방·서점 결합, 여가공간 변신



 일본이다. 노인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 22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이 조사·발표한 편의점 시장이 그렇다. 지난해 처음으로 10조 엔을 돌파, 10조1718억 엔(약 95조원)을 기록했다. 2013년보다 3.7% 성장한 규모다. 일본 전역에 5만6000여 개의 점포가 산재해 있다. 백화점(6조 엔) 시장은 이미 넘어섰고, 마트(18조 엔) 시장을 추격하고 있다.



 일본 편의점 시장의 성장은 노인 인구의 증가와 맥을 같이한다. 일본은 2006년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돈을 쥔 쪽도 노인이다. 젊은 ‘프리타(프리와 아르바이트의 합성어 )’들은 쓸 돈이 없다. 총무성에 따르면 금융자산의 60%, 실물자산의 55%는 60세 이상 이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자산은 1000조 엔 이상으로, 20~50대가 보유한 자산보다 훨씬 많다.



 ‘전주(錢主)’를 중심으로 시장은 변신하기 마련이다. 아직 국내에선 젊은이들의 놀이터로 인식되는 편의점이 일본서는 ‘경로당’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일단 ‘나카쇼쿠(中食)’ 상품이 편의점 매대를 점령했다. 나카쇼쿠는 집밥(內食)과 외식(外食)의 중간쯤에 있다. 기업이 미리 조리해 판매하는 음식을 고객이 구입, 가정에서 먹는 형태다. 도시락이나 반찬을 사서 집에서 먹는 식이다.



  2000년대 들어 노인 인구와 1인 가구가 늘어나 나카쇼쿠 시장이 커지고 있다. 나이 들어 외식하고 싶어도 외출이 어렵고 집에서 밥을 해 먹기엔 양이 적어 마뜩치 않다. 나카쇼쿠가 가능한 선택지다.



 나카쇼쿠 상품의 유통 채널이 편의점이다. 편의점 체인 훼미리마트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계, 노인들을 위해 도시락을 집으로 배달해 준다. 그밖에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도 전화로 주문하면 함께 배달해 준다. 또 다른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은 ‘세븐밀’이라는 도시락 택배 서비스를 제공한다. 편의점 직원 이 정기적으로 독거 노인들을 방문하기 때문에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대 효과까지 있다.



 노인들의 최대 관심사인 ‘건강’도 편의점이 맡았다. 약국과 제휴하는 편의점이 늘고 있다. 편의점 체인 로손은 지난 4월 사이타마(埼玉)현 가와구치(川口)시에 건강관리 업체 ‘위즈넷’과 연계한 점포를 열었다. 편의점 안에 노인 상담 창구를 설치, 멀리 떨어진 구청이나 보건소를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이 점포에는 성인용 기저귀나 노인들이 선호하는 음식·과자 등을 특별히 갖췄다. 2017년까지 이런 점포를 30개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훼미리마트 역시 약국과 제휴, ‘의약품 취급 편의점’ 사업을 확대키로 했다. 편의점 안에 의약품 거래에 관한 교육을 받은 직원이 상주하며, 일반 의약품을 24시간 구입할 수 있다. 낮 시간에는 약사도 상주, 편의점에서 조제약까지 살 수 있다.



 여가활동도 편의점에서 해결 가능하다. 지난해 훼미리마트는 노래방과 결합한 편의점을 오픈했다. 편의점에서 산 음식물을 노래방에 가져가 먹을 수 있는 구조다. 로손은 지난해 10월 편의점 안에 서점을 들였다. 편의점에서 CD나 DVD 등을 사거나 빌릴 수 있다.



한국의 편의점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13조원을 웃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7% 성장하고 있지만, 일본에 비해서는 걸음마 수준이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