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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 최철한 1000승 고지 마흔 전에 1500승 이룰 것

중앙일보 2015.07.23 00:36 종합 21면 지면보기
국내에서 일곱 번째로 1000승을 달성한 최철한 9단. 그는 “조훈현 9단처럼 시니어가 돼도 꾸준히 성적을 내는 기사가 되고 싶다. 이번 농심신라면배에서도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철한(30) 9단이 1000승 고지를 밟았다. 최 9단은 17일 서울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17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예선 5회전에서 최정 5단을 이기며 1000승 클럽에 가입했다. 조훈현·이창호·서봉수·유창혁·이세돌·서능욱 9단에 이어 국내 일곱 번째다.

잘나간다고 방심하면 금세 허찔려
바둑이나 인생이나 늘 최선 다해야
40~50대에도 꾸준히 성적내고 싶어



 22일 한국기원에서 만난 최철한 9단은 목발을 짚고 있었다. 지난달 입은 발목 부상이 완치되지 않아서다. 부상 중에도 여러 기전에서 투혼을 펼치고 있었다.



 - 어떻게 다쳤나.



 “지난달 6일 같이 바둑을 연구하는 ‘삼천리 연구회’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 잔디가 덜 마른 곳에서 미끄러졌다. ‘우두둑’ 소리가 나면서 왼쪽 발목이 부러졌는데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수술한 지는 한 달이 좀 넘었는데 30일 병원에 가서 치료 경과를 보고 깁스를 풀 것 같다.”



 - 대국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



 “확실히 신경이 쓰인다. 이제 통증은 없지만 화장실 가기 불편하고 오래 앉아 있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또 평소에는 연구회에 나가 바둑을 두는데 다치고 난 뒤에는 가기가 힘들다. 그래서 집에서 혼자 바둑 공부를 하고 인터넷 사이트 ‘타이젬’으로 대국하며 실전 감각을 유지한다.”



 - 지난달 휠체어를 타고 LG배 기왕전에 참가해 과거 조치훈 9단의 휠체어 대국을 연상케 했다.



 “당장 수술을 해야 했지만 그러면 LG배에 출전할 수 없었다. 다행히 의사가 열흘 정도 수술을 미뤄도 된다고 해서 휠체어에 앉아 대국을 했다. 당시에는 통증 때문에 정신 집중이 잘 안 됐다.”



 - 그래도 부상 이후 성적이 좋은 편이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이지만 바둑 내용은 좋지 않았다. 다치고 난 뒤 컨디션이 좋지않아 내용적으로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 아내인 윤지희 3단과 제5회 SG배 페어바둑 최강전에 출전해 승승장구 중이다.



 “아내가 딸 수민이를 돌보느라 바둑돌을 잡아본 지가 몇 개월이다. 그래서 솔직히 기대를 안 했다. 운 좋게 8강까지 올라갔는데 그 이상의 성적은 잘 모르겠다.”



 - 아내와 페어 대국을 할 때 호흡이 잘 맞나.



 “그런 편이다. 2009년에는 비씨카드 라운지배 페어 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그때는 아내가 한창 바둑 해설을 하고 있었고 아기를 낳기 전이라 승부 감각이 살아 있었다. 하지만 그후 아내가 갈수록 승부 감각을 잃어 페어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 바둑 지고 부부싸움 한 적 있나.



 “실제로 페어 대국을 하다 싸우는 기사 부부가 많다. 대국장 옆에서 ‘왜 거기 뒀어’ ‘네가 거기 뒀잖아’ 하며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 모습을 보며 우리는 저렇게 싸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지고 나면 서로 기분이 좋지는 않다. 이번에도 언젠가는 질 텐데 그날이 두렵다.”



 - 당신에게 바둑이란.



 “평생 같이 하는 친구다. 물론 스트레스 받을 때도 많다. 가령 한 판에 1억원이 걸린 큰 승부를 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런 대국에서 지면 쓰라리고 아프다. 하지만 지금까지 큰 승부를 숱하게 겪으며 어느 정도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 그동안 아쉬운 점이 있다면.



 “2000년대 초반 이창호 9단을 이기고 한창 성적이 좋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상대를 질리게 물고 늘어진다고 ‘독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성적이 쭉 떨어졌는데 실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지금은 독사 같은 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 바둑과 인생은 닮았나.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서 바둑과 인생은 닮았다. 바둑이 유리하다고 물러서면 역전의 빌미를 제공한다. 조금만 방심하고 틈을 보여도 상대는 그 틈을 치고 들어온다. 바둑처럼 인생도 항상 조심하고 노력해야 한다.”



 - 앞으로 목표는.



 “10년 안에 1500승을 달성하고 싶다. 예전 같이 대국 수가 많을 때는 2000승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요즘은 자꾸 줄어 한 해 100승 하기가 힘들다. 자기 관리를 잘해 40∼50대에도 꾸준히 성적을 내고 싶다.”



글=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철한 9단=1985년 부산생. 97년 입단. 2003 바둑대상 신인기사상, 2004 바둑대상 최우수기사상, 2005 바둑대상 다승상, 2008 바둑대상 승률상 등 수상.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단체전 금메달. 통산 우승 16회, 준우승 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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