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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사이클링 히트 … 이치로도 못한 진기록

중앙일보 2015.07.23 00:24 종합 26면 지면보기
추신수가 22일 메이저리그 동양인 선수 최초로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9회 초 3루타로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한 뒤 주먹을 불끈 쥔 추신수. [덴버 AP=뉴시스]


사이클링 히트를 작성하고 돌아오는 추신수를 축하하는 텍사스 레인저스 선수들. [덴버 AP=뉴시스]
미국 프로야구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에서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에서 1·2·3루타와 홈런을 기록)를 달성했다. 최근 트레이드설까지 나오는 등 위기에 빠진 추신수가 누구보다 뜨거운 하루를 보냈다.

2회 2루타, 4회 홈런, 5회 단타
마지막 기회 9회서 3루타 날려
MLB 아시아 선수 최초로 달성



 추신수는 22일(한국시간) 미국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전에서 7번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2회 무사 1루에서 1타점 2루타를 친 추신수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카일 켄드릭으로부터 우중월 홈런을 쳤다. 비거리 127m의 대형 홈런(시즌 12호)이었다. 5회 1사 1·3루에서는 요한 프란데에게서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사이클링 히트까지 3루타만 남았다.



 7회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추신수는 9회 렉스 브라더스를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때리는 타구를 날렸다. 중견수가 바로 공을 잡지 못하는 사이 추신수는 맹렬히 달려 3루에 안착했다. 가장 어려운 3루타를 때려 사이클링 히트가 완성됐다. 5타수 4안타·3타점·3득점을 기록한 추신수의 활약에 힘입어 텍사스는 9-0으로 대승했다.



 사이클링 히트는 만능 타자의 훈장이다. 담장을 넘길 힘이 있어야 하고, 3루타를 만들 수 있는 빠른 발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14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307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34년 역사의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올해 테임즈(NC)의 기록을 포함해 총 17번 작성됐다. 일본이 자랑하는 ‘타격 천재’ 스즈키 이치로(42·마이애미)는 미국에서 15년을 뛰는 동안 안타 2897개(3루타 87개, 홈런 113개)를 쳤지만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사이클링 히트는 추신수에게 좋은 반전 계기가 될 수 있다. 추신수는 지난해 텍사스와 7년 총액 1억3000만달러(약 1500억원)의 대형 계약에 성공했지만 발목과 팔꿈치 부상으로 타율 0.242, 13홈런, 40타점에 그쳤다. 올해도 타율 0.235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에는 수비 문제로 제프 배니스터(50) 감독과 공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의 입지가 줄어든 가운데 텍사스는 현재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3위(44승49패)다. 기대 밖의 실망스런 성적이다.



 스포츠전문 매체 ESPN은 22일 트레이드 가능성이 높은 선수 순위를 매기면서 추신수를 외야수 8위에 올렸다. 이 매체는 “텍사스가 추신수의 장기계약에 따른 몸값 부담을 줄이고 싶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02년 박찬호(42·은퇴)는 5년 총액 6500만 달러에 계약하고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으나 허리 부상으로 부진했다. 결국 2005년 7월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 됐다. 박찬호의 경우처럼 텍사스가 추신수의 연봉 일부를 보전해 주고 트레이드를 추진한다는 시나리오가 현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배니스터 감독과 불편한 관계인 추신수로서는 팀을 떠나 새 출발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올 시즌 추신수는 좌완 상대 성적(타율 0.167, 2홈런)이 저조하다. 최근 5경기 중 상대 선발로 좌완이 등판한 3경기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는 안타 4개 중 2개를 왼손인 프란데와 브라더스에게서 빼앗았다. 발목 부상 후 도루를 자제했던 추신수는 지난 19일 휴스턴전에서 시즌 첫 도루에 성공했고, 이날도 도루를 추가했다. 잘 치고, 잘 뛰는 추신수의 진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기량이 회복됐다는 걸 보여줘야 트레이드 가능성도 높아진다.



 배니스터 감독은 댈러스 모닝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추신수에게서 투지를 보았다. 투지는 자신감을 만든다. 추신수는 부진에 빠진 동안 최선을 다해 버텼다”고 칭찬했다. 궁지에 몰렸던 추신수가 사이클링 히트로 미국 전역의 주목을 받았다. 배니스터 감독뿐 아니라 그를 지켜보는 다른 팀들에게 추신수는 확실하게 ‘세일즈’를 했다.



 한편 피츠버그 강정호(28)는 캔자스시티전에서 5번·유격수로 나와 4타수 2안타를 기록, 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시즌 타율은 0.282가 됐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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