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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점·역전골 … 킬러 본능 부활한 박주영

중앙일보 2015.07.23 00:22 종합 27면 지면보기
박주영이 포항과의 FA컵 8강전에서 두 골을 넣어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박주영의 FA컵 득점은 2006년 8월 12일 수원전 이후 3266일 만이다. 동점 헤딩골을 터트리는 박주영(오른쪽). [뉴시스]


최용수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대단하다. 감독이 아니라 선배로서 매우 고맙다.”

서울, 포항 꺾고 FA컵 4강행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FA컵 8강전을 앞두고 최용수(42) 서울 감독은 스트라이커 박주영(30)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성치 않은 무릎임에도 팀을 위해 끝까지 뛰는 박주영의 희생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FA컵 4강 진출이 걸린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최 감독은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줄 것”이라며 박주영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최 감독의 믿음에 박주영이 부응했다. 박주영은 포항과 FA컵 8강전에서 머리와 오른발로 두 골을 터뜨렸다. 0-1로 뒤진 전반 25분 김치우(32)가 올린 코너킥을 날카로운 헤딩으로 연결해 동점골을 넣었다. 후반 23분에는 코너킥 뒤 혼전 상황에서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서울은 포항을 2-1로 꺾고 4강에 올랐고, 올 시즌 리그에서 두 차례 포항에 진 빚도 갚았다.



 두 팀의 시즌 세 번째 맞대결은 시작 전부터 뜨거웠다. 두 팀은 지난해 리그, FA컵,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7차례나 맞붙어 1승5무1패로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FA컵,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긴 서울이 마지막에 모두 웃었다. “서울만큼은 반드시 모두 이기겠다”던 포항 황선홍(47) 감독은 올 시즌 서울과의 리그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분위기를 잡았다. FA컵 8강전을 앞두고도 황 감독은 “지고는 못 산다. 또 이길 것”이라고 했고 최 감독은 “포항에 3연패를 당하면 내 경력에도 큰 오점이 남는다. 반드시 잡겠다”며 맞섰다.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두 공격수 출신 감독들의 대결은 박주영의 발끝에서 승부가 갈렸다. 박주영은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하면서 포항 수비수들과 맞섰고 동점골과 역전골을 홀로 해결했다. 탁월한 위치 선정과 정확한 슈팅이 어우러졌다. 열흘간의 올스타전 휴식기를 보내면서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인 박주영은 이날 90분 풀타임을 뛰면서 강한 체력도 과시했다. 승리를 확정 지은 뒤 최 감독은 어퍼컷 세리머니로 자축했고 박주영은 동료들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성치 않은 몸 상태에서 뽑아낸 두 골이어서 의미는 더 컸다. 박주영은 경기마다 오른 무릎에 물이 차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가 끝나면 무릎에 얼음을 댄다. 최 감독은 “주영이의 무릎 주변에 연골 조각이 돌아다니고 있다. 어릴 때부터 워낙 많이 뛰었기 때문에 생긴 부상이다.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주영은 무릎 부상 때문에 4월 중순부터 한 달가량 재활에만 전념했다.



 그러나 박주영은 오히려 한 발 더 뛰었다. 지난 5월 31일 이후 서울의 전 경기를 소화했다. 최 감독은 “좋지 않은 몸 상태에도 동료들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는다. 많이 성숙해졌다”고 말했다. 리그에서도 5골·1도움을 올려 감각을 키웠다. 박주영이 두 골을 넣은 경기는 울리 슈틸리케(61) 축구대표팀 감독도 현장에서 지켜봤다. 박주영은 “대표팀에 대한 욕심은 없다. 팀에서 열심히 하는 게 우선이다. 무릎 때문에 전반기에 기대에 못 미쳤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은 공격수 이종호(23)의 결승골로 내셔널리그 실업팀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울산현대미포조선을 1-0으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울산은 성남을 2-1로, 인천은 제주를 2-0으로 누르고 4강에 합류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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