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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후퍼의 비정상의 눈] 맨땅에 헤딩은 젊은이의 특권이다

중앙일보 2015.07.23 00:18 종합 28면 지면보기
제임스 후퍼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출연자
영국의 학교 친구가 2011년 한국을 찾았다. 당시 경희대 1학년이던 나는 한국말로 수업을 듣느라 끙끙거리고 있었다. 내 친구는 파키스탄에서 인더스강의 범람으로 무너진 수천 채의 집을 새로 짓는 건설 프로그램을 맡고 있었다. 한국에 처음 온 그에게 파키스탄·콩고·아이티 같은 분쟁지역에서 겪었던 경험을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에게 이야기해줄 것을 부탁했다. 강연은 매끄러웠으며 청중은 경청했고 활기찬 질의응답으로 끝났다. 다음날 커피를 마시면서 소감을 물었다. 그는 청중이 기술이나 학문적 지식은 물론 혁신성과 창의성도 뛰어난 것 같았지만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내 친구는 고교와 대학 시절 방학 때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다양한 배경과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방법을 익혔다. 고교 시절 사이클 동아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며 리더십을 길렀다. 다양한 지역을 두루 여행하며 경험을 쌓았다. 절약하며 여행경비를 모았으며, 그 돈을 들여 생소한 나라에서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거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한국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가라고 한다. 하지만 이 친구처럼 살면 그럴 시간이 별로 없다. 비록 학업성적 향상과는 무관하지만 여행과 도전, 경험은 개인의 능력을 키워준다. 공부를 통해 익힌 원칙을 실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훈련해준다.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고, 보다 큰 이론을 떠올릴 수 있게 해준다. 일을 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중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요령도 길러준다.



 한국에 이런 도전적인 젊은이가 많아지려면 우선 대학입학 사정 때 수험생이 살아온 삶을 봐야 한다. 그들이 거쳐온 세계, 경험한 일을 인정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학부모와 교사들이 젊은 세대를 신뢰하면서 편안한 삶에서 벗어나도록 자극할 필요가 있다. 일이나 여행을 하면서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말이다.



 지금은 자신을 던져 새로운 도전을 하는 한국 젊은이가 적지 않다. 한 친구는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한 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지원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남미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유산을 가르치고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현지 프로젝트 수행을 돕고 있다. 일을 마치면 아르헨티나에서 석사 과정을 공부할 예정이다. 나는 이 여성이 사랑하는 조국으로 돌아올 때는 대단히 가치 있는 인재가 돼 있으리라 믿는다.



제임스 후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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