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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제트엔진’ 선박에 다니 … 속도가 2배

중앙일보 2015.07.23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GE의 LM2500 가스터빈 엔진의 모습. 항공기용 제트 엔진 기반 기술을 활용해 선박의 운영 효율을 크게 높였다. GE는 최근 현대중공업과 함께 가스터빈 엔진을 탑재한 LNG 운반선 개발에 성공했다. [사진 GE]


전 세계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업은 물론 각국 정부들까지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안간힘이다. 저성장 국면 속에서도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21세기 산업은 ‘파괴적 혁명’이라 불릴 만한 도전과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세계 최대의 첨단 인프라 기업인 GE와 함께 미래 산업 트렌드를 조망하고 성장동력을 모색하고자 첨단 기술 및 성장 전략에 대한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GE 가스터빈 엔진





남미의 초고속 카페리인 프란체스코호는 아르헨티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항을 출발해 약 200km 떨어진 우루과이의 몬테비데오항을 2시간 여 만에 도달한다. 같은 항로를 다니는 다른 선박보다 2배 이상 빠른 셈이다.



 속도의 비결은 이 선박에 적용된 ‘제트엔진’ 기술. 거대한 항공기를 하늘로 쏘아 올리는 강력한 제트엔진 기술을 선박용 가스터빈 엔진에 입혔다. 프란체스코호에 탑재된 가스터빈 엔진은 제너럴일렉트릭(이하 GE)의 LM2500 가스터빈으로, 보잉 747 등에 적용된 제트엔진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초호화 크루즈인 영국 쿠나드 해운의 퀸 메리 2호도 같은 가스터빈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퀸 메리 2호는 이 엔진으로 10년 넘게 운항 중이다.



 이 배들만이 아니다. GE의 가스터빈은 현재 전 세계 총 1300대 이상의 선박에 사용되고 있다. 상선은 물론 해군함정에도 쓰인다. 이미 한국을 비롯, 33개국의 해군에서 500척 이상의 군함에 가스터빈 엔진을 장착해 사용중이다. 항공기용 제트엔진을 선박용 엔진으로 활용하는 일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터빈을 공급 중인 GE의 오랜 경험과 기술력 덕분이다. GE는 발전·항공·선박 등에 엔진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각 분야의 터빈 기술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항공용 엔진 기술이 선박은 물론 발전소에서도 얼마든 쓰일 수 있단 얘기다. 이런 시스템을 GE는 ‘GE스토어’라고 부른다. 대형마트에서처럼 원하는 기술을 언제든 다른 분야로 골라서 쓸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에서다.



 가스터빈 엔진의 장점은 다양하다. 가스터빈 엔진은 기존의 선박용 디젤엔진과 달리 점화 연료가 필요 없고 윤활유도 사용할 필요가 거의 없다. 덕분에 연료비용과 배기가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를 17만4000㎥급 LNG 운반선에 적용할 경우 약 200억 원(20년 운항 가정 시)의 추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가스터빈용 선박 추진 시스템인 ‘COGES’(Combined Gas Turbine, Electric and Steam·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을 조합한 복합발전 전기추진 방식)의 엔진 효율은 기존 디젤 엔진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격도 큰 폭으로 낮춰 활용도를 높였다. 여기에 가스터빈은 선박용 디젤엔진보다 작고 가볍다. 기존 엔진보다 최대 60%가량 무게를 줄일 수 있다. 크기도 작아 남은 공간에는 추가 화물을 적재할 수 있어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요즘 조선업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뜨고 있는 초대형 LNG운반선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척당 가격이 2억 달러(약 2300억원) 선인 초대형 LNG운반선의 경우 내년 발주 물량이 40~50척에 달할 것으로 조선업계는 보고 있다. 참고로 LNG운반선 시장은 한국의 조선 3사가 전세계 발주량의 70~80%를 점하고 있다. 가스터빈 엔진은 기존 디젤엔진보다 더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를 중심으로 선박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지만, 가스터빈 엔진은 별도의 배기가스 절감장치 없이도 강화된 환경 규제들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선박용 배기가스 절감장치 자체의 가격도 평균 350만 달러(약 40억원)에 달한다. 때문에 오는 2025년이면 새로 발주되는 상선의 13% 가량이 가스 터빈 엔진을 장착할 것으로 조선업계는 전망한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GE는 한국의 대형 조선사들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과 함께 가스터빈 엔진을 탑재한 LNG 운반선 개발에 성공한 일이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영국 로이드선급협회로부터 GE의 새로운 가스터빈 시스템을 장착한 17만4000㎥급 LNG 운반선에 관한 기본승인(AIP)을 받았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볼싱어 GE 항공·마린사업부 부사장은 “컨테이너선은 가스터빈의 가볍고 부피가 작은 장점을 활용해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어 선주들은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LNG운반선은 물론 다른 유형의 상선에도 가스터빈 엔진을 더 많이 적용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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