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태진 전문기자의 ‘Car Talk’ | 신형 스파크를 통해 본 한국형 경차] 경차의 경계 허무는 고급화·역동성

온라인 중앙일보 2015.07.22 00:01
[이코노미스트]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 가운데 경차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이다. 지난해 일본 전체 신차 판매는 556만대였다. 이 가운데 41%인 227만대가 경차다. 전체 승용차 판매 1위도 경차인 다이하츠 탄토(23만4456대)가 차지했다. 베스트 10 모델 가운데 경차가 무려 7개나 된다. 경차가 일본에서 인기인 이유는 저렴한 가격과 각종 혜택 이외에 실내 편의성을 꼽을 수 있다. 기아 레이 같은 박스형 경차가 그것이다. 탄토, 혼다 N-박스 같은 베스트셀링 경차가 대표적이다(사실 레이가 일본 박스형 경차의 카피 모델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경차는 경제성이 뛰어나다.우선 각종 세금 혜택 등 유지비가 저렴하다. 차체가 작아 좁은 일본 도로 주행에 잘 맞고 주차도 손쉽다. 아울러 60여종에 달하는 모델을 갖춰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쿠페·미니밴·SUV 등의 다양한 모델뿐 아니라 이미 2000년대 초에는 전동식 하드톱을 채택한 다이하츠 코펜 같은 하드톱 컨버터블이 나왔다. 지난해에는 SUV 붐을 고려한 크로스오버 스즈키 허슬러가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해 혼다가 내놓은 경형 스포츠카 S660은 출시 10일 만에 올해 생산분이 모두 팔렸다. 출고 대기가 6개월이 넘을 정도다. 일본은 1949년 경차 관련법을 만든 경차 선진국이다. 일본 경차는 한국에 비해 크기나 출력이 뒤진다. 한국보다 길이 20cm, 너비 12cm가 작고 엔진 배기량도 660cc 미만(최고출력 64마력 제한)으로 360cc나 작다.



경차 천국인 일본에 비해 한국 경차 시장은 너무 단조롭다. 쉐보레 스파크, 기아 모닝·레이 세 종류다. 박스형인 레이를 빼면 일반 경차는 단 두 모델이다. 오랜 가뭄 끝에 단비일까. 쉐보레 스파크가 2015년 7월 새로 나왔다. 스파크라는 이름은 계속 쓰고 ‘더 넥스트(The Next)’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스파크는 경차의 역사 그 자체다. 1991년 한국형 첫 경차인 티코, 1998년 마티즈, 2009년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로 이름을 바꿔가며 경차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신형 스파크는 고급화와 역동성을 변화의 핵심으로 삼았다. 고급화는 차급을 불문하고 세대 교체를 할 때에는 접목하는 요소다. 경차라고 예외는 아니다. 스파크는 내장 인테리어 질감부터 각종 첨단 안전·편의 장비를 가득 담았다. 차는 작지만 내용은 준중형 이상이다. 경차는 필요 최소한 것들만 갖춘 담백한 맛이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다. 물론 풍부한 옵션의 혜택을 누리려면 그만큼 지출이 따른다. 풀옵션 모델의 가격은 1670만원이다. 소형차를 넘어 준중형차도 넘볼 수 있는 가격이다. 옵션 욕심 없다면 경차다운 1036만원짜리 기본형 수동 모델도 괜찮은 선택이다.



경차의 천국 일본



스파크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역동성이다. 1.0L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75마력을 낸다. 크게 가속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도로의 흐름을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없다. 변속기는 C-TECH라 이름이 붙은 일본 닛산 계열의 자트코 무단변속기(CVT)다. 변속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경차답지 않은 응답력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기대 이상의 힘이 느껴진다. 스파크의 역동성은 힘보다는 주행 성능에서 두드러진다. 안정·균형감에서 경차 이상의 실력을 발휘한다. 쉐보레 특유의 단단한 차체가 보여주는 장점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시속 100㎞ 이상 고속에서 상하좌우 흔들림도 적고 경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불안감도 덜하고 바닥에 착 달라붙는다. 단단한 차체로 인해 승차감은 경차 치고는 다소 단단한 편이다. 물컹하고 푹신한 경차와는 차원이 다르다. 동네 장보기뿐 아니라 고속도로도 안심하고 나갈 수 있다. 새롭게 선보인 편의장치인 ‘시티모드’는 주차나 도심 저속운행에서 스티어링 휠을 가볍고 쉽게 돌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잘 달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경차의 본질은 효율성이다.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효율성의 희생이 따른다. 쉐보레는 스파크 라인업에 에코 모델을 따로 만들었다. 일반 모델의 복합연비는 L당 14.8km이다. 에코 모델은 L당 15.7km다. 수동 모델의 L당 15.4km보다 높다. 이전 모델은 수동과 CVT가 각각 L당 16.8과 15.3km였다. 수동은 낮아지고 CVT는 에코 기준 연비는 소폭 높아졌다. 공차 중량은 CVT가 910kg으로 이전과 동일하고, 수동은 900kg으로 5kg 늘었다. 연비가 썩 높은 편은 아니다. 이에 대해 한국GM 측은 “공인연비보다 실제 연비가 나쁘게 나오는 소위 ‘뻥 연비’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을 반영해 연비를 보수적으로 계측한 것”이라며 “실제 주행에서 공인연비보다 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경차는 차종을 불문하고 실제 연비가 나쁘게 나온다는 불만이 많았다. 시승했던 신형 스파크 C-TECH 모델은 성인 둘이 타고 에어컨을 계속 켠 상태에서 급가속을 했지만 평균 연비는 13km 이상 나왔다.



디자인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린다. 기존 스파크가 개성이 강했던 디자인에 비해 신형 모델은 평범해졌다. 전체적으로는 예전의 날이 서 있던 개성이 무뎌졌지만 보다 대중성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볼 수 있다. 실내는 무척 고급스럽다. 앞좌석 공간은 넉넉하다. 뒷좌석 머리 공간은 여유가 있고, 무릎 공간 역시 크기 대비 여유롭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애플 카 플레이’다. 국내 최초다. 아이폰을 연결하면 익숙한 메뉴 구성이 뜬다. 전화·음악·지도·문자 등 애플의 기본 앱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시리 기능을 통해 음성 제어도 가능하다.



스파크는 한국 경차의 역사 그 자체



상품성은 일취월장이다. 에어백 6개는 기본이고, 전방 충돌 경고, 사각지대 경고, 차선이탈 경고 등 안전장치가 풍부하다.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후방 카메라, 열선 스티어링, 크루즈 컨트롤, 16인치 휠 등 어지간한 편의장비는 다 있다.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요구수준을 기대 이상으로 맞췄을 정도다. 신형 스파크는 차 급만 경차일 뿐 내용은 준중형차 이상이다. 각종 안전·편의장비가 넘쳐나고 주행 안정성도 뛰어나다. 최소한의 기능만 갖춰 실용성을 추구하는 경차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지만, 편의장비를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에게는 어필할 요소가 가득한 차다.



김태진 전문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