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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必罰<필벌>

중앙일보 2015.07.21 10:02 0면 지면보기
대통령 광복절 특사가 있을 예정이다. 경제인 포함 여부가 관심이다. 춘추전국시대 법가(法家)를 완성한 한비자(韓非子)는 군주의 벌(罰) 집행에 관심이 많았다. 그에게 국가 지도자의 바람직한 형벌 운용의 지혜를 구해보자.



 한비자는 엄격한 법 집행을 주장했다. 군주의 통치술 7개 항목 중 두 번째가 바로 ‘필벌(必罰)’이었다. ‘가벼운 죄를 무겁게 벌하면 가벼운 죄가 없게 되고, 무거운 죄를 저지르는 자도 나오지 않게 된다’는 얘기였다. ‘형벌로써 형벌을 없애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한비자(韓非子)』 내저설상(內儲說上)편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초나라 남쪽 땅 여수(麗水)에서 금(金)이 나오자 많은 이들이 몰래 금을 채취했다. 불법 채취가 기승을 부리자 왕은 금령을 내려 걸리면 즉시 사형에 처하도록 했다. 시체가 냇물을 메웠는데도 불법 행위는 근절되지 않았다(壅離其水也, 而人竊金不止).



 한비자는 그 이유를 ‘나만은 발각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간파했다. 법령을 어겼으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必罰)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법에 예외를 두지 말아야 한다’고 평생 주장했다.



 그렇다고 그가 형벌 만능주의에 빠진 것은 아니다. 벌 못지 않게 상(賞)도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무릇 상벌의 도는 예리한 무기와 같다(夫賞罰之爲道, 利器也)’는 시각이었다.



 내저설상편에는 이런 일화도 등장한다. 월(越)나라 왕이 오(吳)나라 침공에 앞서 대부 문종(文種)에게 이길 방법을 물었다. 문종이 답하길 “후한 상과 엄격한 벌을 내리면 가능하다”며 “궁궐에 불을 질러 보면 상벌의 위력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왕은 불을 지르고 ‘불을 끄다 죽으면 적과 같이 싸우다 죽은 자와 같이 상을 줄 것이요, 불을 끄지 않은 사람은 적에게 항복한 자와 같이 벌을 내릴 것이다’라고 포고했다. 그러자 수많은 사람이 몸에 진흙을 바른 채 달려들어 진화에 나섰다. ‘상벌은 예리한 무기다’라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법 집행의 엄격함을 강조한 한비자도 벌은 상과 적절히 운용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이번 특사에서도 그 운용의 묘가 발휘되길 기대해본다.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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