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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원장 103일 비워놓고, 당·정·청 “노동개혁”

중앙일보 2015.07.21 01:15 종합 8면 지면보기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지금은 그냥 손 놓고 있어요. 노사정 대타협이 무산됐다지만 대화 과정에서 나온 것을 정리하고, 순차적으로 처리할 개혁안이 많은데 위원장님이 안 계시니….”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위원장 김대환) 관계자의 푸념이다.


김대환, 4월 대타협 안 되자 사표
‘정년 60세’시행, 앞으로 5개월뿐
3자 공식채널 중재자 빨리 정해야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이 무산된 뒤 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 4월 9일이었다. 그로부터 103일이 지났다. 박 대통령은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반려했다. 대타협 무산의 책임을 김 위원장에게 물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심지어 대화 불참을 선언했던 한국노총도 “문제를 해결하고자 끝까지 노력했던 노사정위의 의지와 노력 및 인내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은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며 복귀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6월 24일자로 임기가 만료됐다. 그러나 그의 직책은 아직 노사정위원장이다. 노사정위법에는 ‘위원은 그 임기가 만료된 경우 후임자가 위촉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돼 있다.



 위원장 자리가 공석 아닌 공석 상태가 되면서 노사정위는 식물 상태다. 그 사이 정부와 노동계의 힘겨루기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는 플랜B를 가동하며 정부 단독으로 개혁을 추진키로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표를 의식하지 않고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2일에는 국무총리 공관에서 당·정·청이 노동개혁을 위한 의제를 조율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노동계의 반발이 계속되면 국회에서 좌초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거의 매일 한국노총을 설득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한국노총과 물밑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도 밀실 거래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다. 공식적인 무대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사정을 김 위원장이 모를 리 없다. 그는 평소 “노사정위가 제 궤도를 찾아야 탄탄한 국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노사정 대화를 주재할 당시 때로는 정부를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때론 노동계의 떼쓰기를 비판한 것도 이런 판단에서다. 그의 칩거가 장기화되는 것을 두고 한국의 현 노사관계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성균관대 조준모(경영학) 교수는 “이대로 시간만 보내면 안 된다. 어떤 형태로든 진두지휘할 중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야당의 반발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노동계의 협조를 얻는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는 해석을 곁들여서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선 김 위원장만큼 중립적인 중재자가 없는 것 같다. 공개적인 대화 채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복귀인지 후임 선정인지 정부도 이른 시일 내에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정년 60세 연장이 5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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