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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히지 말고 세워라 … 스마트폰 본능 세로 동영상이 뜬다

중앙일보 2015.07.21 00:42 종합 20면 지면보기


이제는 ‘세로 뷰잉(Vertical Viewing)’ 시대다.

[궁금한 화요일] 디지털 미디어가 준 ‘새로운 시선’



 동영상 화면을 가로로 돌리지 않고 모바일 모습 그대로 세로에 맞춰 보는 동영상 서비스들이 각광받고 있다. ‘하늘을 나는 카메라’ 드론은 수평적 시야를 수직으로 확대하고 있다. 나를 중심으로 360도 촬영이 가능한 셀카봉처럼 디지털 기술 발전이 인간의 시야와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가운데 TV나 영화 스크린으로 익숙한 ‘가로 보기’에 ‘세로 보기’가 도전장을 내고 있다.





 # 모바일 ‘가로 본능’ 아닌 ‘세로 본능’



그룹 에픽하이의 세로 화면 뮤직비디오 ‘본 헤이터’. 모바일에 맞게 세로로 촬영해 편집했다. 타블로 등 에픽하이 멤버들과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출연하며 이들의 단독 샷이 중심이 되는 영상을 선보인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최근 그룹 에픽하이는 새 뮤직비디오 ‘본 헤이터’에서 통상적인 가로 화면 대신 세로 화면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처음부터 세로로 촬영해 세로 보기가 편하다. 타블로 등 3인의 에픽하이 멤버, 그룹 위너의 송민호, 래퍼 빈지노와 버벌진트, 그 외 YG엔터테인먼트 소속 BI·바비 등이 출연했다. 영상은 이들 단독 샷이 부각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YG엔터테인먼트는 “타블로가 아이디어를 냈고 모바일 시대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세로로 촬영해 편집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처럼 아예 세로형을 기본으로 하는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들이 각광받고 있다. 모바일을 가로로 돌리는 수고조차 귀찮아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움직임이다. 동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리스코프’, 인기 메신저 ‘스냅챗’이 대표 주자다. 4대 6, 혹은 16대 9 등 TV나 영화 스크린으로 익숙한 가로 화면과는 또 다른 세로형 영상어법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페리스코프는 온라인 생방송과 SNS를 결합한 트위터의 모바일 동영상 앱이다. 트위터에 글 대신 영상을 폰으로 찍어 올리고 공유하는 서비스로 젊은 층의 인기가 높다. 기본값이 세로로 설정돼 세로로 찍고 세로로 본다. 스냅챗은 10대 중고생에게 인기가 높아 일명 ‘10대들의 페이스북’으로 불린다. ‘디스커버’란 이름으로 CNN·야후뉴스·데일리메일 등 7개 언론사가 제공하는 짧은 동영상 뉴스를 묶어 제공하는데 역시 세로 화면이다. 스냅챗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에번 스피걸은 한 인터뷰에서 “수직적으로 생각하라(Think Vertically)”를 모토로 강조하기도 했다.



 조영신 미디어산업정책 박사는 “페리스코프는 가로 중심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모바일 시대를 만드는 촉매·완성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했다(‘페리스코프가 바꾸는 미디어 세상’). 지난 10여 년간 세로 중심 촬영이 많았지만 시장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유튜브 1인 창작자들에게도 ‘세로로 찍지 말라. 세로 촬영은 테러’라는 식의 불문율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세로로 촬영하고 세로로 보게 하는 페리스코프의 등장은 모바일로 찍고, 모바일로 유통하며, 모바일에서 사라지는 새 시대의 도래를 뜻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세로 중심은 단순히 화면 비율 이상의 의미도 지닌다. 풍경화는 가로, 초상화는 세로가 많은 것처럼 세로 화면은 배경을 단순화하고 인물·개인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배경보다 개인, 그것도 1인에 집중하는 세로형 서사의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이다. 실제 에픽하이의 세로 화면 뮤직비디오의 내용도 비슷하다.



 한편 미국 벤처투자사 KPCB의 ‘2015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는 스냅챗의 모바일 동영상 광고 효과와 관련해 “가로 화면보다 세로 화면으로 제작된 동영상 광고를 끝까지 보는 비율이 9배”라고 분석했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 가로 화면보다 세로 화면으로 동영상을 소비하는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 드론, 수평적 시선에서 수직적 시선으로



드론 전문가인 조성준 사진가의 사진. 150m 상공에서 내려다본 올림픽공원의 보도블록이 마치 고구려 벽화 같은 새로운 미감을 선보인다. [사진 조성준]
점차 소형화·저가화·대중화 추세인 드론은 기존 미디어는 물론이고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까지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열기구나 건축물·항공기 등을 활용해 일부 전문가에 한정됐던 고공 촬영에 대한 제약을 없앤 것이다. 한국모형항공협회에 따르면 국내 드론 대수는 약 5만 개로 추정된다. 드론 전문가인 오승환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는 “드론 촬영은 그저 높은 곳에서 아래를 찍는 공중 촬영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라며 “수평에서 수직으로 시야의 확장이자 관점과 패러다임의 변화를 뜻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또 “상공 10, 50, 100m 등 다양한 높이에서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의 시점을 제공하는 드론은 팔 길이를 1m 늘린 셀카봉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획기적 발명품”이라며 “인류는 지금껏 땅 위에서 가깝거나 먼 곳을 나누는 수평적 구분으로 원근감을 정했지만 드론으로 인한 수직적 깊이와 수평적 확장으로 전혀 다른 시각의 변화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드론 촬영 사진집 『드론-공중에서 본 세상』을 낸 조성준 사진가도 “위에서 수직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드론의 직부감 앵글은 기존 사진의 평면적 시선과 완전히 다르다”며 “그간 항공 촬영이 큰 스케일을 보여주는 작업이었다면 드론은 다양한 높이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앵글을 발견하게 하는 새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공원의 보도블록을 찍었더니 고구려 벽화처럼 보였다”며 "이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을 발견하는 쾌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양성희 기자 shy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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