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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납토성이 백제 왕궁터? 주민들 “세계유산 등재 안 된다”

중앙일보 2015.07.21 00:39 종합 21면 지면보기
백제 왕성터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전경. 작은 사진은 유적과 유물이 다수 발굴된 경당지구. [중앙포토, 한신대박물관]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풍납토성 등 한성백제(BC 18년~AD 475년)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성곽 안 5만 명 거주, 보상비만 2조
개발 막히고 보상 더뎌 반발 확대
서울시 “왕성 추정 유물 대거 발견”
주민들 “규모 작아 왕성 아닐 것”



풍납동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대책위원회는 “풍납토성이 백제왕궁터가 아닌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빌미로 개발을 막고 있다”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서울시 측은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에 풍납토성 등 한성백제 유적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2020년까지 확장 등재하겠다”고 20일 밝혔다. 내년까지 준비 작업을 마무리한 뒤 2018년까지 우선등재 추진 대상에 풍납토성 등을 올리는 것이 1차 목표다. 강해라 서울시 세계유산등재팀장은 “678년의 백제 역사 중 500년을 차지하는 한성백제 시절 왕궁터 유적들은 백제역사유적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지역 주민들이 소송을 준비하는 등 제동을 걸고 나섰다. 풍납동 주민들로 구성된 대책위원회 한영길(62) 위원장은 “항아리 몇 개 나왔다고 풍납토성을 백제의 왕성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 수십 년간 풍납동 주민이란 이유로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재산권만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풍납토성이 백제왕성이 맞는지 진위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 현재 주민 서명을 받고 있다”며 “국민감사도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3일 대책위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이희진 역사문화연구소장은 “고구려 장안성과 후기 백제의 웅진성·사비성 등은 수백만 평이 넘는데 풍납토성은 18만 평에 불과하다”며 “풍납토성이 왕성이라면 백제를 형편없는 나라로 만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경당지구서 출토된 시유(施油)도기들. [중앙포토, 한신대박물관]


 하지만 서울시 문은순 학예사는 “1997년 풍납토성 경당지구에서 중국에서 만들어진 항아리 등 왕성터임을 추정케 하는 유물이 대량 발굴된 이후 풍납토성이 백제의 왕성터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순발 충남대 고고학과 교수도 “3~4세기 유적을 7세기 이후에 만들어진 왕성터와 비교하는 것은 고고학적 근거가 없는 억지”라고 반박했다.



 풍납토성은 1963년 사적지로 지정됐지만 이후 대규모 발굴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97년엔 아파트 공사 과정에서 유물이 발견되면서 개발이 제한됐고 토지 보상도 지연됐다. 현재까지 전체 면적의 8.7%까지 발굴이 진행된 상태로, 풍납토성 내부에는 현재 1만8000여 세대 4만8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총 2조원에 달하는 보상비 마련이 어려워 발굴 작업은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혁 서울시 문화재 보존팀장은 “올해 책정된 500억원 예산 수준으로 진행될 경우 보상을 모두 마치려면 40년 넘게 걸릴 것”이라며 “국공채와 펀드 등 다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문화재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박민제·김나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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