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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줄여 자전거 도로” … 당찬 초등생 민원

중앙일보 2015.07.21 00:36 종합 21면 지면보기
광주광역시 운남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20일 민형배 광산구청장과 학교 앞에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방안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학교 앞 인도는 폭이 1.5m밖에 되지 않아요. 만약 인도를 좁혀 자전거 도로를 만들면 걸어다니는 어린이들이 자전거에 다칠 수 있어 위험해요.”(민형배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

광주광역시 운남·비아초 학생들
동네 누비며 직접 찾은 문제점 제기
광산구청장이 학교 방문해 대화
교과서속 지방자치 체험 기회 가져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차도 폭을 줄이면 자전거 도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운남초등학교 4년 명기환군)



 20일 오전 9시30분 광산구 운남동 운남초등학교 4층 강당. 마이크를 든 민 구청장이 학교 앞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러곤 질문을 받았다. 기다렸다는 듯 “저요, 저요”라며 손이 올라갔다. “인도를 줄이는 게 위험하다면 차도를 줄이자”는 명군의 제안에 민 구청장은 “좋은 생각”이라며 “자동차 도로 폭을 줄일 수 있는지 꼭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학교 주변과 동네 환경을 바꾸기 위해 고민한 초등생들과 구청장이 만났다. 발단은 4학년 사회 과목 중 지방자치에 관한 수업이었다. 운남초교 김송이 교사가 “지방자치에 실제 참여하는 의미에서 동네를 위한 민원을 내자”고 제안했다. 이후 학생들은 동네를 누비고 서로 의견을 나눠 민원 30건을 만들어냈다. 이 중 자전거 도로 내기, 공원 바닥을 우레탄으로 바꾸기 등 5건을 정해 지난 10~15일 구청 게시판에 올렸다.



 처음에 구청은 다른 민원과 똑같이 이런 식의 답변을 올렸다. ‘귀하의 가정에 항상 행복과 건강이 가득하길 기원하며 건의하신 요청에 대해 답변 드리겠습니다. 운남초 주변 보도폭은 협소해 자전거 도로 신설을 위한 최소 폭을 확보할 수 없어 현실적으로 설치가 어렵습니다.’



 이 내용을 보고받은 민 구청장은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학생들이 지방자치를 체험하게 할 겸 직접 찾아가 설명하는 눈높이 교육을 하자는 것이었다. 20일 운남초교 현장 설명회는 이렇게 이뤄졌다.



 자전거 도로 다음은 놀이터 바닥 바꾸기에 대한 설명 차례였다. “삼성아파트와 운남주공아파트 놀이터 바닥은 여러분들이 원하는 푹신푹신한 소재가 아닌 모래지만 모래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예요. 모래는 창의력 발달에 도움을 줘요. 하지만 여러분이 의견을 준 만큼 마음껏 뛰어놀아도 다칠 염려가 없는 푹신푹신한 우레탄 소재로 바꾸는 것을 동주민센터와 의논해 볼게요.”



 민 구청장과 공무원들은 22일엔 비아초교를 찾아간다. 이 학교 5학년 학생 역시 사회 과목과 관련해 민원을 냈다. “비아 5일장에 주차 공간이 부족해 차량 혼잡이 발생하고, 또 이로 인해 경적 등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주차장을 넓히고, 자가용을 갖고 오지 않아도 되도록 셔틀버스를 운행하며, 시장 안에 쓰레기통을 늘리자”는 제안이었다. 이에 맞춰 비아초교에는 민 구청장과 함께 교통지도과·사회경제과 공무원들이 찾아가기로 했다.



 20일 설명회를 한 운남초교 류희숙 교장은 “학생들이 지방자치에서 참여의 의미와 효과를 체험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학생들이 신중하게 의견을 나누고 꼭 필요한 민원을 제기하는 수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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