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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그리스 국민투표

중앙일보 2015.07.21 00:10 종합 26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7월 7일 30면>

변덕 심한 금융시장, ‘그렉시트’에도 대비할 때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그리스 국민의 선택은 결국 ‘NO’였다. 5일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그리스는 20%포인트가량의 압도적인 차이로 긴축과 고통을 감내하라는 채권단의 제안을 거부했다. 주요 외신은 ‘천천히 죽는 길과 빨리 죽는 길’ 중 그리스 국민이 후자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며 곧바로 추가 구제금융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 추가 협상의 성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게다가 지금껏 긴축을 요구해 온 독일을 비롯한 채권국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부채를 크게 깎아줄 리는 없다. 그리스 국민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수 있는 험난한 여정을 스스로 선택한 셈이다.



 그리스의 선택은 당장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어제 중국·일본 등 아시아 주요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우리 증시도 오후 들어 낙폭이 커지고 원화가치도 하락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시장이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떨어져 나가면 유럽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엔 메가톤급 충격이 불가피하다. 파국이 그리스에 그치지 않고 이탈리아·포르투갈 등 남유럽으로 불통이 튀면 이게 다시 유로존 전체로 전염돼 세계 경제가 동반 추락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그리스 충격을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교역 및 투자 규모가 작은 데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도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의 국민투표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그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우리의 유럽 수출이 7.3%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가뜩이나 부진한 수출이 더 타격을 입게 된다. 우리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국 경제도 더 깊은 침체로 끌려 들어갈 수 있다. 아무리 외환보유액이 넉넉하고 재정 건전성이 좋다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만큼 변덕스럽다. 언제 쓰나미처럼 우리 시장을 덮칠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할 때다.



한겨레 <2015년 7월 7일 31면>

반대 선택한 그리스, 불확실성 더욱 커진 세계경제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그리스는 결국 ‘오히’(oxi·반대)를 선택했다. 그것도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압도적 표차의 반대였다. 국민투표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채권단과의 재협상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그리스 국민이 추가 긴축안을 무난히 받아들이리라 예상했던 채권단은 허를 찔린 꼴이 됐다.



 지난 5년의 긴축 프로그램이 남겨준 암울한 현실은 그리스 국민으로 하여금 더 이상의 긴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리도록 이끈 주된 배경이 되었다. 채권단의 요구대로 연금과 임금을 삭감하고 허리띠를 졸라맸음에도 그들이 맞닥뜨린 세상은 5년 새 국내총생산(GDP)이 25%나 쪼그라든 믿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반대표가 많았다는 사실은 긴축에 대한 반감이 얼마나 널리 퍼졌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특히 55%까지 치솟은 청년실업률은 올해 18세가 돼 첫 투표권을 행사한 유권자의 80% 이상이 반대표를 던지게끔 했다.



 이제 그리스 사태는 재협상 여부를 둘러싼 새로운 차원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일단 공은 채권단 손에 넘어간 상태다.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독일 중심의 원칙론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으나 그리스 국민의 분명한 뜻이 드러난 만큼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긴축안을 밀어붙이긴 어려울 것이다.



 국민투표 부결로 주도권을 잡았다고는 해도 그리스 쪽 사정 역시 결코 녹록지 않다. 그리스는 당장 20일 국제통화기금에서 빌린 35억 유로를 갚아야 한다. 유럽중앙은행의 긴급 유동성 지원이 동결될 경우 그리스 은행들은 파산하고 기업들은 줄줄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된다. 현재 그리스 은행이 보유한 현금은 고작 5억 유로에 불과해 금융시스템이 붕괴하는 건 시간 문제다.



 그리스 사태와 관련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국민투표 실시 이전보다 오히려 훨씬 더 커졌다고 보는 게 옳다. 정부는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전반에 끼치는 파장을 꼼꼼하게 살펴 대비하는 데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 여건은 자그마한 외부 충격에도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져 있는 상태임을 명심해야 한다. 극심한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이 한꺼번에 겹친 데다 메르스 사태라는 악재마저 발목을 옥죄고 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들어 중국 증시가 거품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그리스의 비극은 유로화 도입으로 얻은 소중한 기회를 내실을 키우는 쪽으로 살리기보다 단지 빚을 내 거품의 열매를 즐기는 데 허비해 버린 원죄에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 6월 국내 7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한 달 새 9조원이나 증가했다. 2010년 이후 월간 기준 최고치다. 그리스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을 냉철하게 되새겨보며 만전의 대비를 해야 할 때다. 





논리 vs 논리

“정부의 자세 전환 시급” … “구체적 민생안전 대책 필요”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된 7월 5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 신타그마 광장에서 ‘반대’를 지지하는 젊은이들이 투표 결과가 나오자 그리스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긴축을 요구하는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에 반대가 61.3%로 찬성(38.7%)을 크게 앞섰다. [아테네 AP=뉴시스]


지난 5일 그리스는 국제채권단이 제안했던 재정긴축안을 두고 국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를 선택했다. 찬성 38.7%, 반대 61.3%. 무려 20%포인트 이상의 압도적인 격차로 그리스 국민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동안 그리스와 채권단 간의 줄다리기에서 그리스가 요구했던 것은 조건 없는 구제금융과 그리스가 갚을 수 있을 정도의 부채탕감이다. 반면 채권자인 이른바 트로이카(국제통화기금, 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는 부채탕감은 있을 수 없고, 구제금융 조건으로 그리스 정부의 조세 및 복지 정책 변화와 국가 자산 매각 등을 요구해 왔다. 그리스의 경우 당장 갚아야 할 빚이 급하니 돈을 꿔달라는 얘기고, 트로이카는 먼저 복지나 연금 등에 소요되는 정부 지출을 줄이고 가능하면 팔 수 있는 국유 자산을 내다 팔거나 세금을 올려 국가 재정을 위한 자금 확보 계획을 마련하는 조건에서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서로에 대한 불신이 작용하고 있다. 그리스는 그동안 트로이카의 요구에 따라 2010년 1차 구제금융을 포함해 두 차례 강도 높은 재정 긴축을 시행했지만 오히려 빚은 더 늘어나고 민생은 더욱 곤궁해졌기 때문이다. 반면에 트로이카는 자신들의 처방전에 따라 제대로 개혁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에 더 강한 처방 계획을 제출하라는 입장이다. 서로 양보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는 디폴프(채무불이행) 상태를 맞게 되고 더 이상 고통을 감내하지 않겠다는 의사에 따라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만약 그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그리스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유럽의 기업들도 타격을 받게 되고 유로화 가치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제 금융시장은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유로화 파장이 미치는 범위는 매우 클 것이라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그리스와의 교역 규모는 작지만 금융시장 여파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장기 경기침체와 가계 부채 문제로 내부 면역력이 취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 가해지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실물경제에서도 수출 등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 사정을 고려해볼 때 그리스 사태가 가져올 세계 경제의 풍향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앙과 한겨레는 모두 그리스 국민이 유럽 채권단의 협상안을 거부한 것에 따른 의미를 평가했다.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점에서는 비슷했으나 강조점이 약간 달랐다. 중앙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하면 이탈리아나 포르투갈 등 남유럽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예측하면서 유로존의 위기와 세계 경제 동반 추락 등을 우려했다. 반면 한겨레는 무려 61.3%가 반대를 선택한 이유로 그동안의 긴축정책에 대한 그리스 국민의 반감이 매우 높다는 점을 꼽았다. 연금과 임금을 삭감해 민간의 수입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GDP)이 25% 감소하고 청년실업은 55%에 달할 정도로 사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두 신문은 모두 우리 정부에 대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만큼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만전을 기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비책을 위해 언급한 중심 초점이 사뭇 달랐다. 중앙은 대유럽 수출 감소와 글로벌 금융시장의 예측 불가능성을 들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한겨레는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장을 살피라는 주문 위에 한 가지를 더했다. 그리스의 위기가 내수를 키우기보다 빚을 내 거품경제를 키워왔기 때문이라 진단하면서 이로부터 우리에게 필요한 교훈을 이끌어냈다. 현재 우리나라도 장기적인 내수 침체와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를 안고 있으므로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종합해 보자면 중앙은 외부 충격의 강도가 클 것에 대비해 경제적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시급한 자세 전환’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그리스와 유사한 상황을 보이고 있는 국내 경제 지표에서 교훈을 도출해 ‘구체적인 민생 안전 대비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 사이에 벌어진 갈등의 원인은 유로화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 유로화 체제는 유럽의 통합을 위해 거쳐야 했던 조치로 2002년부터 정식으로 발행된 단일 통화 체제다. 유로존 회원국 간의 자유무역은 생산력이 우세한 나라에 유리하다. 육상선수와 평범한 사람이 아무런 조건 없이 100m 달리기 할 때의 결과와 비슷하다. 제조업 등 변변한 산업 인프라 없이 관광과 농업에 의존하는 그리스가 선진 유럽 국가와 겨루어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스의 유로존 가입은 이러한 문제를 유럽연합의 금융 지원을 통해 완화하려 했다. 하지만 국내 산업 기반이 휘청거리자 능동적인 재화와 가치 창출 능력이 떨어지면서 위기에 대한 면역력도 떨어진 것이다.



 그리스 정부가 독자적인 재정정책을 수행하기 어려웠던 점도 그리스 위기의 또 다른 원인이다. 통화 발행과 이를 통한 재정정책은 경제 주권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유로존 가입 국가인 그리스는 자체 발권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신축성 있는 대처가 어렵다. 최근 우리나라도 정부가 추가경정안을 제출해 경기 부양을 모색하고 있는데, 우리 스스로 원화를 조절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 유로화는 유럽 경제 통합을 이루었으나 동시에 유로존 국가의 경제 주권을 침해하는 이면도 있다.



 물론 그리스 자체의 근본적 문제점도 있다. 탈세가 만연한 엉성한 조세정책, 국방 지출을 비롯한 방만한 재정 지출은 그리스가 스스로 넘어야 할 산이다. 그리스는 멕시코와 한국에 이어 셋째로 노동시간이 길다. 또한 GDP 대비 사회복지비 지출 비중이 다른 유럽연합 국가에 비해서도 낮다. 일도 많이 하고 재정 규모도 줄였으나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까닭은 탈세와 부정부패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그리스 사태가 가져올 파장을 예상하며 우리가 준비해야 할 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충격의 여파를 최소화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리스와 같은 처지가 되지 않기 위해 유사한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것이다. 이번 그리스의 위기는 금융시스템만으론 국가의 재정 정책을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위험에 대한 대비는 많을수록, 구체적일수록 좋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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