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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터 안 남고 완치율 높은 자궁내막암 로봇수술

중앙일보 2015.07.21 00:06 라이프트렌드 7면 지면보기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성석주 교수가 로봇 팔 조종 기계(다빈치Si시스템)에 앉아 자궁내막암 수술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신동연 객원기자



차병원·차움과 함께하는 건강관리

젊은 자궁내막암 환자가 크게 늘었다. 종전엔 50세 전후의 여성에게 많이 생겼고,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20~30대 환자가 늘면서 치료법도 진화하고 있다. 강남차병원 성석주(산부인과) 교수에게서 요즘 뜨는 ‘자궁 보존 치료법’의 새 트렌드를 들었다.



자궁근종 환자인 주부 박영숙(49·가명)씨는 최근 팬티에 피가 묻어 나와 자궁근종 치료약을 복용했다. 자궁근종이 심해진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피가 멎을 줄 모르고 계속 나와 이상했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를 찾아 조직검사를 받아보니 뜻밖의 진단을 받았다. 자궁내막암이었다. 이달 초 박씨는 배꼽에 낸 구멍 하나를 통해 로봇 팔로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흉터 걱정 없이 완쾌해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자궁내막암은 자궁 내부를 덮고 있는 막의 세포에서 암이 생기는 병이다.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여성호르몬 중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많으면 자궁내막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에스트로겐은 비만과 관련이 있다. 뚱뚱할수록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많기 때문이다. 성 교수는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기름지고 칼로리 높은 음식을 많이 먹어 뚱뚱해진 여성에게서 자궁내막암이 많이 발병한다”고 말했다.



로봇 팔이 안전하게 자궁 들어내



실제로 비만 환자가 많은 미국은 여성암 중 발병률 1위가 자궁내막암이다.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거나 당뇨병·고혈압을 앓는 환자에게서도 자궁내막암이 종종 발견된다. 박씨처럼 출혈이 있거나 출혈로 인한 빈혈, 골반압통, 둔통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다행히 증상이 초기부터 나타나는 편이어서 암을 빨리 진단할 수 있다. 난소암 환자의 70~80%가 3기 이상일 때 알아내는 것과 달리 자궁내막암은 70~80%가 1기일 때 발견된다.



그래서 난소암·자궁경부암 등 다른 여성암보다 치료 시기가 빠른 만큼 완치율도 높다. 성 교수는 “자궁내막암을 완치하려면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자궁적출술)이 해답”이라고 설명했다. 자궁적출술의 자궁내막암 완치율은 90%가 넘는다. 자궁내막암 환자 중 1기를 넘겼거나 임신·출산으로부터 자유로운 50세 전후 환자가 자궁적출술을 받는 주요 대상이다.



 과거에는 배를 절개해 자궁을 들어내는 개복수술이 대세였다. 하지만 수술 자국이 크게 남고 수술 후 관리가 까다로워 감염 같은 부작용으로부터 안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수술 부위를 최소한만 절개하는 ‘최소침습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소침습법 중 지금까지는 ‘복강경’ 수술법이 주를 이뤘다. 배에 미세한 구멍 3~4개를 뚫어 카메라가 달린 수술 도구를 넣고 의사가 화면을 보며 수술하는 방법이다. 수술 후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복강경 수술보다 더 안전하고 정밀한 최소침습법이 등장했다. 로봇수술이다. 로봇 팔이 의사의 팔을 대신한다. 복강경 수술보다 구멍을 적게 내면서 더 정밀하게 수술한다.



손 떨림 걱정도 필요 없다. 그중 ‘단일공’ 수술법은 복부에 미세한 구멍을 단 하나만 낸다. 바로 박씨가 받은 로봇수술이다. 구멍 하나에 로봇 팔이 여러 개 들어간다.



20~30대 환자에겐 자궁 보존 치료



우리나라는 최근 자궁근종 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2010년 자궁내막암 환자 발병률은 1999년보다 50대에서 7.2%, 60대에서 7.8% 늘었다. 이는 큰 증가 폭이 없거나 오히려 줄어든 자궁경부암·난소암과는 대조적이다. 더 심각한 점은 30세가 안 된 환자가 11.2%나 증가했다는 것. 자궁을 들어내면 생리·임신·출산을 할 수 없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자궁을 없애지 않고 남겨두면서 자궁내막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세계적으로 연구되는 이유다. 자궁을 보존하는 치료법으로는 대표적으로 자궁 안에 장치를 설치하거나 약을 먹는 요법이 있다. 이 중 자궁 안에 넣는 장치는 마치 피임기구인 루프같이 생겼는데, ‘프로게스테론’이라는 여성호르몬이 포함돼 있다.



프로게스테론은 에스트로겐과 반대 역할을 한다. 즉, 에스트로겐이 자궁내막암을 유발하는 행위를 제어한다. 이 장치를 넣으면 자궁내막암 완치율은 50~60% 선이다. 또 약을 먹는 치료법은 완치율이 60~70% 수준이다.



 성 교수는 2007년 국내 최초로 이 두 가지 치료법을 병합했을 때의 치료 성과를 연구했다. 장치를 넣고 약을 먹는 두 가지 치료법을 함께 진행했더니 완치율은 87.5%에 달했다. 성 교수의 연구결과는 2011년 『세계부인암학회지』, 2013년 『미국산부인과학회지』에 실릴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성 교수는 현재 대한부인종양연구회 내 자궁내막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곳 다기관연구총책임자로 병합 요법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정심교 기자 jeong.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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