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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이 팔 걷어붙이고 노동개혁 앞장서라

중앙일보 2015.07.21 00:03 종합 30면 지면보기
정부·여당이 하반기 국정과제 첫 순위로 노동개혁을 손꼽고 나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0일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표를 잃을 각오로 노동개혁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17일 “표를 생각하지 않고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박근혜 대통령도 16일 여당 지도부와의 면담 자리에서 “노동개혁을 잘 실천해 경제 대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했다.



 지금 한국 경제는 ‘한강의 기적’ 아닌 ‘한강의 절망’이란 말이 어울리는 빈사 상태다. 잠재성장률이 3% 아래로 떨어지면서 아무리 금리를 낮추고 재정을 투입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불치병 환자가 됐다. 그 병인(病因)의 핵심이 노동시장이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지난해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 대비 48.4%에 그쳤고, 청년실업도 위험수위를 넘은 지 오래다. 오죽하면 대학생들이 “아버지·삼촌, 일자리 좀 나눠주세요”라 외치며 민주노총 앞에서 시위를 벌였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집권당 대표가 노동개혁에 결연한 의지를 보인 건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4월 노동계의 이탈로 노사정위원회가 깨진 이래 대화 재개 노력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그러는 사이 청년 실업률은 나날이 치솟아 지난달 10.2%를 기록했다. 16년 만에 최고치다.



 이런 와중에 한국노총·민주노총은 정부의 개혁시도에 총파업 위협으로 극력 저항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노동계가 뿌리치기 힘든 기업의 고통 분담 대안을 제시해 타협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노동개혁은 결국 노사정 모두 기득권을 깨는 고통을 감내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 단축이나 임금 양보처럼 노사가 자발적으로 응하지 않는 한 풀릴 수 없는 쟁점들을 포괄하는 대타협이 필요하다. 그걸 끌어내는 정치력이 정부·여당에 있어야 한다. 기업과 노동계 양쪽에서 욕을 먹더라도 악역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야당과의 협상이나 총선·대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여당 지도부 홀로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박 대통령이 나서서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무늬만 개혁’에 그친 건 “반드시 목표치를 얻어내라”며 여당 지도부를 다그치기만 했을 뿐 직접 개입을 피한 청와대의 책임도 크다. 노동개혁마저 그런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대통령이 노사정 협상 현장을 찾아 고통분담을 호소하고, 노사 대표를 청와대에 초청해 식사를 함께하며 양측 입장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오래 전에 노동개혁을 단행한 선진국들은 사회적 차별이 줄고 일자리는 늘어나 고용과 소비가 동반 상승하는 성과를 올렸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대한민국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노동개혁을 밀어붙여야 한다. 이것 하나만 제대로 해도 이 정부는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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