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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은행·기업이 합작한 대우조선 부실

중앙일보 2015.07.21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대우조선해양이 2분기 회계에 2조원대의 누적 손실을 반영한다고 밝히면서 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이 회사는 지난해 빅3 조선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고 발표했지만 이번 사태로 산업은행과 회사 사이에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2000년부터 대주주로 이 회사를 맡은 산은 측은 부행장 출신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파견하고 있지만 경영진이 그를 왕따시켜 부실을 몰랐다고 주장한다. 또 전임 사장이 연임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논란도 있다. 반면 수주부터 납품까지 공기(工期)가 긴 조선업의 특성상 경영진과 CFO가 회계 반영 시점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숨겼다기보다는 ‘회피’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진짜 문제는 회계보다 주인 없는 회사를 둘러싼 도덕적 해이다. 업계에선 채권단이 관리하는 부실기업들의 전형적 도덕적 해이인 ‘대리인의 함정’을 지적한다. 이는 정부·은행·기업이 각자의 이익만 챙기면서 책임은 지지 않아 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사태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대우조선 사장은 청와대가 임명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계와 관계의 줄대기가 극심했다. 산업은행은 부행장 출신의 갈 자리를 챙기고, 행장들은 자기 임기 동안 조용히 넘기려는 보신주의로 ‘폭탄 돌리기’를 하고, 노조는 민영화 발목을 잡으며 구조조정을 질질 끌어왔다.



 이를 통해 최근 산업 구조조정의 주요 화두인 조선산업에서 구조조정의 키 역할을 해야 할 대우조선이 15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했던 것이다. 이뿐 아니라 STX·성동해양조선 등 부실 규모가 큰 조선업체일수록 은행들이 끌려가며 더 오래 생존하는 기현상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으려는 대리인 체제로는 산업 구조조정을 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더 큰 틀에서 산업 전체를 놓고 구조조정 전략을 진두지휘해야 할 정부는 은행에 떠맡긴 채 손을 놓고 있다. 이미 중소 조선업체는 세 개 중 두 개가 문을 닫거나 법정관리 및 채권단관리에 들어간 만큼 조선산업의 전열 정비가 시급하다. 이젠 정부가 구조조정 목표를 제시하고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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