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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벤처 M&A, 창업자 욕할 일 아니다

중앙일보 2015.07.21 00:02 경제 8면 지면보기
정 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쏠리드 대표이사
최근 정부가 발표한 ‘벤처·창업 붐’ 확산 방안은 시의적절했다. 조금은 아쉬운 점들도 있으나 그간 벤처업계가 제기한 주장들이 많이 반영돼 다시 한번 ‘벤처 도약’의 길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기대된다.



 이번에 정부가 벤처생태계 확산과 관련해 도입한 여러 정책 중에는 단연 ‘인수합병(M&A)’과 관련한 제도 개선이 돋보인다. 과거에는 거래액이 세법상 시가의 30%를 초과하면 최고 50%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수십명의 직원만 있는 회사가 수익을 창출하기 전인데도 구글, 페이스북 같은 큰 기업에 몇천억 또는 수조원의 가격으로 매각됐다는 해외 사례를 생각해볼 때, 우리나라에선 매각 액수의 반 정도를 증여세로 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이번 정부 초기인 지난 2013년에 이른바 ‘5.15 대책’(벤처 창업 활성화 대책)을 통해서 특수관계가 없는 정상적인 ‘기술혁신형 인수합병’의 경우 원칙적으로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키로 상속증여세법을 개정해 드디어 우리나라도 벤처기업의 인수합병시 무형의 기술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바 있다.



 이번 벤처·확산 붐 발표에서도 대기업의 벤처기업 인수시 계열편입 유예기한 연장과 M&A 세제지원 일몰기한 연장, M&A 전용펀드 조성규모 확대 등 관련 정책들이 강화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평가됐던 M&A 환경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인수합병이 정말로 활발해지기 위해선 이러한 제도 개선 만으로는 부족하고, 몇 가지가 더 바뀌어야 한다.



 첫째, M&A에 대한 인식이 변화돼야 한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선 창업자가 기업을 매각하면 언론에서 ‘먹튀’ 혹은 ‘기업가 정신의 부재’ 같은 표현으로 부정적 평가가 이어진다. 신문의 한면에는 ‘M&A가 활성화 돼야 한다’는 기사가 실리고, 그 옆면엔 기업가 정신의 부재라고 기업의 매각을 비판한다. 모순이다. 매각을 통해 자금을 받은 성공 창업가들은 사실 엔젤투자를 통하여 멘토 역할을 하거나 또는 재창업을 해서 벤처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미국의 ‘페이팔 마피아’가 성공적인 창업의 경험과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기반으로 현재 미국 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페이스북, 테슬라, 유튜브, 링크드인과 같은 혁신 기업들을 일궈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성공적으로 기업을 매각한 기업가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 숨게 하지 말고, 칭찬의 대상으로 삼고 격려를 해서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게 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둘째, 지식재산 보호가 현실화돼야 한다. 언뜻 보면 지식재산 보호는 인수합병과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잘 되지 않으면 기술 기업을 제값 주고 인수하기 보다는 무단으로 기술을 사용하는 일들이 많아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손해배상 제도와 양형 기준으로 타인의 지식재산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걸 가볍게 여긴다.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손해 배상액을 시장가치에 맞게 현실화시키는 것은 활발한 인수합병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셋째, 창업자는 물론 투자자와 직원에게도 환영받는 인수합병이 많아져야 한다. 창업자 개인만 매각하고 나가는 인수합병이 아니라 창업부터 시작해 회사를 키우기 위해 같이 노력한 직원 뿐 아니라 해당 회사를 믿고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한 투자자에게도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 그런 인수합병이 많아져야만 사회적으로 환영받는다.



 창조경제의 달성을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과 위험자본이 벤처기업에 몰려들어 많은 혁신을 이뤄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많은 성공사례를 탄생시키는 것보다 효과적인 정책이 없다. 앞으로 창업기업의 인수합병이 더욱 활발해져야 하는 이유이며 조만간 많은 ‘성공 스토리’가 탄생하길 기대한다.



정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쏠리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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