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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폴리텍대학생이 부산캠퍼스서 기계 만지는 이유

중앙일보 2015.07.21 00:02 경제 4면 지면보기
“기업이 사용하는 첨단 기계로 실습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향후 산업의 방향을 알 수 있었다. 어떤 것을 배워야 취업이 되는지도 알게 됐다.”


영진대등 4곳 교수·실습장비 공유
돈 적게 들이고 고도 기술 배워
기업은 교육과정 이수생 취업 보장
학생들 만족도 높아 전국으로 확대

 폴리텍대학 대구캠퍼스 기계과에 재학 중인 최창영(27)씨는 얼마 전 자신이 다니는 대학 이외에 3개 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뒤 이런 느낌이 들었다. 그가 재학 중인 대학에선 가공 위주의 교육을 받았다. 설계 작업은 배우지 못했다. 워낙 고가의 실습장비가 필요해서 학교 예산으론 도저히 갖출 수 없어서다. 장비가 없으니 가르칠 교수도 없었다. 그러다 지난달 29일부터 영진전문대와 부산폴리텍대학, 경남정보대학에서 설계에 도움이 되는 교육을 고가의 실습장비를 직접 다루며 교육받았다. 영진전문대에서 3D 프린팅 장비를 활용한 제품개발과 품질검사 기법을 배웠다. 폴리텍 부산캠퍼스에선 금형과 기계부품을 정밀가공하는 3축 가공장비를 다뤘다. 경남정보대학에선 자동차와 조선업에서 보편화 된 설계해석 프로그램을 배웠다. 각 대학에서 그는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는 교수로부터 특화된 지도를 받았다. 최씨는 “실무 경험이 풍부한 교수님이어서 실습장비를 다루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 간 벽을 허문 교차교육이 첫 시동을 걸었다. 이른바 폴리텍대와 전문대 간의 고숙련 도제양성교육 실험이다. 두 대학군은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이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한다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우영 폴리텍대학 이사장은 “한 대학이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모든 장비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해 각 대학이 서로의 장비와 교육프로그램을 공유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폴리텍대학 대구캠퍼스의 5축 고속가공 장비는 독일산으로 대당 5억원에 육박한다. 영진전문대의 3D 프린팅 장비도 미국과 독일산으로 이를 보유한 대학이 거의 없다. 모두 현재 기업이 사용하는 설비다.



 교육을 받은 학생의 반응도 좋다. 경남정보대 김민수(26·기계과)씨는 “설계를 접목한 프로그래밍에 눈을 떴다. 진로 선택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자 전문대 교육협의회와 한국폴리텍대학은 교차형 도제양성 교육을 정례화하고 전국으로 확대키로 최근 합의했다. 폴리텍대학 대구캠퍼스 서경덕 산합협력단장은 “청년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구조조정과 청년고용절벽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두 대학 기관의 협력은 고용시장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교차식 도제교육에는 기업도 참여한다. 기업에 필요한 과목과 실습내용을 교육과정에 반영했다. 교육을 받은 학생에겐 기업이 기술을 공식 인증해주고 취업을 보장한다. 정밀공작기계와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강소기업인 성호하이텍도 그 중 하나다.



 이 회사 김만구(39) 생산관리과장은 “여러 대학에 기계과가 있지만 고가의 장비나 교수진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편식하는 경우가 많다”며“교차 교육을 통해 다양한 기술을 보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은 취업해도 회사에서 별도의 장기간 교육 없이 이른 시일 내에 현장 투입할 수 있다”며“취업을 보장하고 기술을 인증할 수밖에 없는 기업 친화형 교육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두 대학기관은 조만간 재직 근로자와 경력단절여성, 베이비부머, 인문계 전공자에게도 도제형 교차교육과정을 개방하기로 했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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