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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연비, 더는 안 통합니다

중앙일보 2015.07.21 00:02 경제 1면 지면보기


‘제 차의 실제 연비는 OO.O㎞/L입니다.’ 신차가 출시되면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글 중 하나다. 대부분 공인 연비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면 “역시 국산차 연비는 믿을 수 없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국산차를 끊임없이 물고 늘어지는 일명 ‘뻥 연비’ 논란이다.

올해부터 연비 검증 강화



 하지만 최근 연비 좋다는 유럽 차들이 잇따라 연비를 내리면서 국산차 연비를 다시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최근 골프 1.6 TDI(디젤) 모델 연비를 L당 18.9㎞에서 16.1㎞로 내렸다. 프랑스 푸조 308도 1.6 디젤 모델 연비를 18.4㎞에서 16.2㎞로 조정했다. 최근 잇따라 출시한 현대차 쏘나타, 기아차 K5 1.7 디젤 모델의 L당 연비(16.8㎞)에 못 미친다. 폴크스바겐·푸조 측은 “새로운 엔진·변속기를 달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차”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수입차 업체가 연비를 부풀려 오다 올해부터 정부가 연비 검증을 강화하자 연비를 실제에 가깝게 측정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연비 검증이 깐깐해지면서 자동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전 모델보다 연비를 15% 이상 개선해야 기존 연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이 올해부터 신차 제작결함을 평가할 때도 연비를 검증키로 하면서다. 기존에는 자동차 업체 스스로 신고한 연비를 사후 조사한 뒤 시정 조치하는 검증만 해왔다.



 또 지난해까지는 도심·고속도로 연비를 합산한 복합연비가 실제 측정한 연비와 허용 오차범위(5%) 내에 있는지 검증했지만 올해부턴 두 연비 각각을 실제 측정 연비와 오차범위 내에 있는지 검증한다. 연비 검증을 총괄하는 신재승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친환경평가실장은 “끊이지 않는 뻥 연비 논란을 해소하고 소비자에게 믿을 만한 연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검증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연비 검증 대상 차도 지난해 14개에서 올해 23개로 늘었다. 현대차 아슬란·신형 투싼·LF쏘나타, 기아차 신형 쏘렌토·K7 하이브리드, 쌍용차 티볼리·코란도C, 한국GM 캡티바, 르노삼성 QM5와 수입차 아우디 A7 50 TDI, 렉서스 ES 300h, 재규어 XF 2.2D, 푸조 3008, 지프 컴패스 등이 시험대에 오른다.



 뻥 연비 논란은 국산차 브랜드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현대·기아차는 2012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연비가 과장됐다고 발표하자 실수를 인정하고 북미 지역에서 판매한 13개 차종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국토부 조사에선 현대차 싼타페, 쌍용차 코란도스포츠가 각각 부적합 판정을 받아 소비자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이후 현대차는 싼타페 이용자에게 최대 40만원씩 보상금을 지급했다.



 연비 논란이 이어지자 국내 완성차 업체는 절치부심했다. 정몽구(77) 현대차그룹 회장은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연비 개선에 전사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2025년까지 연비를 25% 개선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최근 연비 개선은 동력 전달 효율성을 높인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 정차 중 엔진을 정지하고 출발 시 자동으로 시동을 거는 공회전 방지 장치(ISG) 같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덕분이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그동안 연비 측정이 실측 연비와 달라 소비자들의 불신을 가져온 측면이 있다. 연비가 차를 구입할 때 고려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연비 측정 결과뿐 아니라 측정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복합연비=1L의 연료로 몇 ㎞를 주행할 수 있는지를 도심 주행 연비와 고속도로 주행 연비에 각각 55%, 45%의 가중치를 적용해 산출한 연비. 시내, 고속도로, 고속·급가속, 에어컨 가동, 외부 저온 등 다섯 가지 주행 여건을 반영한다. 배기가스 중 탄화수소·일산화탄소·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이용해 계산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연비가 우수하다. 배기량과 상관없이 복합연비가 높은 차에 높은 등급(1등급), 복합연비가 낮은 차량에 낮은 등급(5등급)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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