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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베, 평화헌법 지키라는 이성적 민심 들어라

중앙일보 2015.07.21 00:01 종합 30면 지면보기
아베 정권이 집단자위권 관련 안보법안을 강행처리한 데 대해 일본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지난 주말 도쿄·나고야 등 일본 전역에서 벌어진 격렬한 시위에선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구호가 물결쳤다. 강행처리 이후 아베 내각 지지율은 곤두박질쳐 18일 여론조사에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1%를 기록했다. 출범 후 처음으로 반을 넘긴 것이다. 반면 “지지한다”는 35%에 그쳐 정권 지지율은 사상 최악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은 다시는 전쟁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염원 속에 ‘평화헌법’을 제정해 잘 지켜 왔다. 돌이켜보면 ‘전쟁하지 않는 나라’라는 표현으로 압축되는 평화체제가 일본을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경제대국으로 도약시킨 핵심 비결이었다. 미국의 보호막 속에서 국방에 쏟아야 할 인적·물적 자원들을 오로지 경제발전에 투입함으로써 오늘의 번영을 이뤄온 것이다. 이는 어느 누구보다 일본인 자신들이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아베 정권은 원내 다수당이란 수적 우세를 이용, 일본 국민의 성숙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무시한 채 안보법안을 강행처리했다. ‘보수의 원류’라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66FD>根康弘) 전 총리마저 지난해 “(집단자위권은) 지금의 정세에서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니 “안보법안 강행처리는 전후 노선을 뒤엎는 폭거”라는 아사히 신문 사설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주변국 우려에도 군사대국화의 길을 쫓는 작금의 일본 정치인을 보노라면 이들보다 일본 국민이 훨씬 성숙하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굴곡진 때도 있었지만 일본의 역대 정권들은 주변국들과의 우호관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서로 문화적 문호를 넓힘으로써 민간 교류를 늘리고, 이웃나라 국민과의 호감도 개선시켜 왔다.



 이런 긍정적 흐름이 바뀐 결정적 원인이 아베 정권의 군사대국화라 데는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을 멋대로 고치지 말라는 일본 민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다음달 아베 총리가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에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담겨야 한다”는 여론이 50.8%에 달한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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