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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화성 ‘예스센터’서 새 삶 꿈꾸는 소년범들

중앙일보 2015.07.18 00:20 종합 15면 지면보기
예스센터의 자동차 정비 실습장에서 타이어 교체 연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위). 골프 매니지먼트과에서는 스크린 골프 교육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소년보호 예스센터(Youth Education Service Center)’의 자동차 정비 실습장. 옅은 기름 냄새가 감도는 창고 형태의 실습장에 들어서자 열기가 훅 끼친다. 휴대용 조명과 스패너 등을 손에 쥔 청년 4명이 실습용 차량을 놓고 타이어 교체와 휠 밸런스 실습을 하고 있다. 이 중 안모(21)씨는 지난해 대구의 청소년 자립 생활관(쉼터)에서 생활하다 올해 초 예스센터에 입소했다. 그의 아버지는 뇌졸중으로 오래 투병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고등학생 때 가출과 절도를 반복했다. 안씨는 “정비소를 차리겠다는 목표가 생겼다”며 “가족들을 위해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센터 본관 2층의 골프 매니지먼트과 실습장에선 선모(18)군이 스크린 골프 장비 앞에서 아이언을 들고 골프 실습을 하고 있었다. 선군은 중3 때 학교 후배를 때리고 돈을 빼앗는 등 학교폭력을 저질러 가정법원에서 10호 처분(소년원 입소)을 받았다. 경기도의 한 구치소에서 6개월, 서울소년원에서 1년5개월을 보내고 나니 학교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선군은 “준비 없이 사회로 나가면 똑같은 삶을 반복할 것 같아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이런 와중에 고등학교 검정고시와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는 예스센터를 알게 됐다. 지난 3월부터 골프장 관리 교육을 받은 선군은 최근 세종시 소재 골프장의 인턴 직원으로 합격했다. 선군처럼 상반기에 취업이 확정된 인원은 전체 28명 중 8명(28%)이다.

  예스센터는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이후 비슷한 사연이 있는 이들이 24시간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법무부 산하 한국소년보호협회가 22세 이하 ‘위기 청소년’의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지은 시설이다. 협회 이사장인 이중명(72·사진) 에머슨퍼시픽 회장이 2012년 소년원에 들어가 1주일간 청소년들과 지낸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이 회장은 “소년원에 있던 아이들이 준비가 안 된 채 사회로 나오면 또다시 범죄에 빠질 수 있다”면서 “이들에게 좋은 직장을 찾아주고 인성 교육도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곳 구성원 대부분은 소년원에 있었거나 가정이 해체돼 쉼터 등 보호시설에서 생활했다. 자동차 정비·골프매니지먼트·IT·용접과 등 4개 취업 교육이 이뤄진다. 정규 수업은 통상 오전 9시~오후 4시까지다. 이후에는 검정고시 준비나 취업 자격증 준비반이 오후 10시까지 운영된다. 취직이 안 된 상태로 소년원을 출소하면 또다시 비행을 저지른다는 판단에서다.

 법무부에서 부지를 지원받고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기금에서 건축비 58억원을 지원받았다. 매년 운영비는 법무부 국고보조금 16억원과 후원금 등으로 충당된다. ‘계속 머무르고 싶은 곳’으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건물 안팎의 인테리어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외벽은 파스텔톤으로 꾸미고 테이블보, 소파, 급식실의 숫가락·젓가락까지 디자인을 입혔다. 이세봉 소년보호협회 사무총장은 “알음알음 입소문이 나 최근에는 아이들이 먼저 입소를 문의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예스센터는 자율성을 운영 원칙으로 한다. 스마트폰도 쓸 수 있고 휴게실에서 컴퓨터 게임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외박이 가능하고 한 달에 15만원씩 용돈도 준다. 하지만 대부분 마음속 상처는 아물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진행한 ‘내면 돌아보기’ 수업에서 아이들은 "외롭다” "관심을 받고 싶다” 고 털어놨다.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일을 적는 ‘버킷 리스트’ 수업에서도 ‘할머니, 아빠와 가족 사진 찍기’ ‘다시는 엄마 힘들게 하지 않기’ ‘평범한 가정 이루기’ 등 가족과 관련한 소원이 많았다. 이현지 교사는 “실습생들이 또다시 비행에 빠지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심리 치료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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