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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칼럼] 성공투자의 길 "뭉치지말고 흩어져라"

중앙일보 2015.07.17 17:04
서명수 객원기자
저금리 시대에 은퇴자금은 주식이나 펀드같은 투자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수익이 좋다고 덥석 물었다간 큰 코 다친다. 위험이 똬리를 틀고 있어서다. 수익과 위험이란 두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이 투자상품이다. 성공 투자의 관건은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늘리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연의 사건이 춤을 추는 투자의 세계에서 위험을 피하는 방법이 있을까.



존 리(한국명 이정복)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요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는 펀드매니저 중 하나다. 그는 한국 주식에 투자한 최초의 해외 펀드인 코리아 펀드의 전설로 통한다. 1991년부터 2005년까지 14년 간 코리아 펀드를 운용하면서 10배나 키웠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다들 한국은 망한다고 할 때 한국 주식을 헐값에 사들여 대박을 터뜨렸다. 2006년부터는 ‘장하성 펀드’로 잘 알려진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맡아 국내 증시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만년 꼴찌인 메리츠자산운용을 맡아 단숨에 업계 선두권으로 끌려 올려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 자본시장의 메카로 불리는 여의도에 없다. 전통 한옥이 들어찬 서울 북촌로에서 일을 한다.



강방천. 펀드 투자를 해 본 사람이면 한 두 번쯤 들어봤을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설립자다. 외환위기 때 1억원을 투자해 156억원을 벌어들여 일약 주식 투자의 신화로 떠오른 인물이다. 자산운용회사를 차린 후엔 펀드는 은행이나 증권사에 거래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직접 판매에 나서 파란을 일으켰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성과보수는 받지 않겠다는 ‘무수익, 무보수’ 선언으로도 유명해졌다. 그 역시 여의도와 멀리 떨어진 경기도 판교에 둥지를 틀었다. 회사 설립 당시엔 제주도에 본사를 세우려고 부지까지 매입했으나 직원들의 출·퇴근, 고객관리 등의 문제가 있어 판교로 선회했다.



모두를 루저로 만드는 집단 심리



존 리와 강방천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경제 상황, 투자 기법, 개인적 재능 등이 어우러진 결과일 수도 있고 어느 정도 운도 작용했을 수도 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두 사람 모두 여의도를 떠나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에서 날고 긴다는 투자자들이 모여 있고, 시장의 심장이 펄떡거리며, 날마다 새로운 정보가 흘러 다니는 곳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투자 세계에서 일가견을 이루려면 여의도에 자리 잡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한 곳에 같은 부류의 집단이 몰려 있으면 분위기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냉정해야 할 투자 판단이 흔들리고 자기도 모르게 군중 심리에 젖어 들게 된다. 같은 생각, 믿음, 심지어 감정마저도 주변 사람들과 동조화하면서 집단적 행동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야구장에 가본 사람은 흥분한 군중 속에서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람들과 섞여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며 껑충 뛰게 된다. 존 리와 강방천의 비결 가운데 집단과 거리를 두었다는 점이 꼽힌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 본사도 뉴욕이 아닌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다. 리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탈여의도의 배경에 대해 “투자에 있어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데 같은 환경에서 일하다 보면 천편일률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강 회장도 여의도를 떠나 있는 게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의식적으로 시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틈만 나면 펀드 수익률을 계산하고 주가를 들여다 보거나, 유망종목을 추천하는 글을 찾아 읽는 사람치고 투자에 성공한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집단적 심리에 말려들어 재산을 까먹는 것은 순식간이다. 주식은 채권보다 변동성이 훨씬 크다. 그래서 투자 성과를 자주 확인하는 투자자는 보유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수시로 목격하게 된다. 이익을 보면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손실이 나면 못 참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주가 하락기에 투자자들은 조급증의 포로가 된다. 이것이 집단적으로 번지면 주가 하락세에 속도가 붙고 결국은 뜻밖의 폭락세를 불러 모두가 루저가 되는 게임을 만든다.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 대학생을 두 집단으로 나누고 어떤 주식에 투자할지 고르게 한 뒤 투자성과를 측정하는 실험을 했다. 한 그룹에게는 주가 등락 외엔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았고, 또 다른 그룹에겐 주가 분석 기사가 실린 신문을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 그랬더니 주가 등락 외엔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한 그룹이 다양한 정보를 접한 그룹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정보를 얻은 그룹은 그 정보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고 맹신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정보 중엔 유용한 것도 있지만 거짓도 섞여 있었다. 투자는 물론 정보의 싸움이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 이 실험은 어떤 주식에 투자했다면 아무 생각 없이 묻어두는 ‘무심타법’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위험관리의 요체는 '분산'



증시에서 우연의 사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이른바 '위험관리(Risk Management)'다. 늘 예기치 못한 사태가 터지려니 각오만 하고 있어도 그 우연이 찾아왔을 때 심리적 충격을 줄일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분산'이다. 뭉쳐 놓으면 쉽게 위험의 먹잇감이 된다. 우선 시간 분산이다. 투자를 할 때 한 종목에 올인하지말고 순차적으로 사들어가는 것이다. 매달 일정금액을 불입하는 적립식 투자도 괜찮다. 적립하는 과정에서 매입단가가 낮아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위험도 누그러든다. 투자대상을 이리 저리 흐트러 놓는 것도 좋다. 자산을 주식뿐 아니라 채권, 부동산 등에도 배분하는 것이다. 국내 시장만 쳐다볼 게 아니라 가끔은 해외 시장쪽으로도 눈을 돌리는 게 필요하다. 증시에선 뭉치면 산다가 아니라 흩어져야 산다..



서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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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서명수 더,오래 팀 필진

'더, 오래'에서 인생 2막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반퇴세대입니다. 데스킹과 에디팅을 하면서 지면을 통해 재무상담을 하는 '재산리모델링' 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행복하고 알찬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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