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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의장, 제헌절 경축사 "개헌 논의 지금부터 시작해야"

중앙일보 2015.07.17 10:23
정의화 국회의장은 17일 제67주년 제헌절 경축사에서 “실제로 개헌이 이루어지는 것은 20대 국회 이후의 일이 되더라도 개헌에 대한 논의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진행된 제헌절 경축식에서 “역사가 바뀌고, 시대의 요구가 바뀌면 헌법을 그에 맞게 바꾸어내는 것도 헌법을 소중히 가꾸는 우리의 의무”라며 “때를 놓치면 창조적 변화와 개혁의 적기를 놓칠 수 있다. 개헌논의의 물꼬를 크게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국회에서 논의중인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사회적 합의와 생산적 타협의 정치를 이루기 위해 지역패권주의와 승자독식의 선거 제도를 혁파해야 한다”며 “내년 총선 승리에만 관심이 쏠려 어느 정당도 근원적인 정치개혁에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국회의장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 의장의 제헌절 경축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헌정회장님과 역대 국회의장님, 국회의원 여러분,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황교안 국무총리,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외교사절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



제67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참석해 주신 데 대해

입법부를 대표하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67년 전 제헌국회 백 아흔 여덟 분이 새로운 나라,

대한민국의 국체를 세우는 일에 매진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울에 방 한 칸 얻기가 힘들어서

대부분의 의원들이 하루하루 방값을 치르며 여관신세를 졌습니다.



출퇴근할 교통편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배전회사 낡은 트럭의 짐칸을 개조하여 포장을 치고

거기에 주저앉아 회의장을 오갔습니다.

그나마 트럭이라도 탈 수 있었던 분들은

다른 의원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처럼 초라한 상황 속에서 제헌의원들의

애국심과 열정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대한민국 헌법입니다.



모든 의원들이 의안 하나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검토해가며,

정부 형태는 물론이고, 심지어 대한민국의 국호를 둘러싸고도

뜨거운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98명이 모인 회의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절대적 찬성으로

대한민국 헌법이 채택되었습니다.



헌법 제정은 곧 국가 창조입니다.

또한 헌법은 나라의 정신입니다.

그리고 헌법은 우리의 피땀이 어린 자유와 민주주의의 혼입니다.



투철한 사명감과 치열한 헌신으로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 그리고 문화적 융성의 토대를 구축해주신

198분의 제헌의원들께 머리 숙여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헌헌법 전문에는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며 …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결의한다고 천명했습니다.



우리 헌법에 깊숙이 녹아있는 이 ‘대단결’과 ‘국리민복’의 정신은

역사의 고비 고비마다 대한민국 공동체가

하나 되어 어려움을 이겨내는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건국 당시 극동의 약소국이자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세계 13위의 경제 강국, 아시아의 모범적인 민주국가,

지구촌으로 뻗어나가는 ‘한류 문화’라는 위대한 성취를

이룩한 것도 이 헌법 정신에 의거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대한민국호’는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오늘의 대한민국은 큰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고성장 시대가 끝나면서 안팎의 도전에 직면한

한국 경제는 불확실성에 쌓여 있습니다.장기침체로 가느냐,

혁신을 통한 재도약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있습니다.

고령화 양극화의 흐름 속에

중산층이 얇아지는 호리병 사회로 가느냐,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항아리 사회로 가느냐 그 길목에 있습니다.

물질만능주의가 횡행하는 안전 불감 국가에 머무는가,

인성과 공동체가 살아 있고 문화가 융성한

삶의 질 강국으로 가느냐,

그 교차로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제 우리는 남들이 안 간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합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분열과 적대감이 팽배하며,

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최악인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는 없습니다.

헌법 정신인 화합의 공화국이 아니라

분열의 공화국으로 치닫는 현실을 방치한 채

위대한 전환은 불가능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야 의원 여러분,



이제는 정치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제헌 국회의 선배들께서 열망했던

국민 대통합의 대한민국을 향해

심기일전하여 새로운 전환을 향해 달려갈 시기가 되었습니다.



헌법은 시대를 투영하는 거울입니다.

역사가 바뀌고, 시대의 요구가 바뀌면 헌법을 그에 맞게

바꾸어내는 것도 헌법을 소중히 가꾸는 우리의 의무입니다.

특히 87년 체제를 넘어야 하는 이 구조적 전환기의

국가적 과제와 비전이 헌법에 구현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면서 헌법을 제대로 바꾼다면

그것은 국가를 도약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런 요구가 안팎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개헌이 이루어지는 것은 20대 국회 이후의 일이 되더라도

개헌에 대한 논의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때를 놓치면 창조적 변화와 개혁의 적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개헌논의의 물꼬를 크게 열어놓아야 합니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야 합니다.



선거제도도 이대로는 안 됩니다.

작년 제헌절 기념사에서도 밝혔듯이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사회적 합의와 생산적 타협의 정치를 이루기 위해

지역패권주의와 승자독식의 선거 제도를 혁파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근원적인 정치개혁입니다.



내년 총선 승리에만 관심이 쏠려

어느 정당도 근원적인 정치개혁에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국회의장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덕목은

눈앞의 선거 승리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개혁에 나서는 용기입니다.

19대 국회에서의 정치개혁 논의가

이대로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주실 것을

이 자리에 계신 정당지도자 및 국회의원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최종, 최고의 목표는 평화적인 통일입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꿈인 동시에,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이기도 합니다.



제헌절 경축식이 열리고 있는 이곳 국회 의사당에는

설계 당시부터 두 개의 본회의장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한쪽 회의장은 통일 이후 국회가 양원제를 채택할 것을

대비해 만든 것입니다.



여러분이 계신 이곳이 바로 통일을 염두에 두고 설치된

희망의 공간인 것입니다.



우리 헌법의 ‘평화적 통일조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조항은 분단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남북이 법적으로 대등한 주체로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한민족의 통일을 이루어 나가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을 맞는 해입니다.



이제 우리는 제헌의원님들께서 그토록 애타게 이루고자 하셨던

숙원이자 미완의 과제인 남북통일을 완성하기 위해

다시 장도에 나서야 합니다.



광복 70주년의 참다운 뜻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대화만이 유일한 해법입니다.



남북이 서로를 인정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소통하고 교류함으로써

신뢰를 쌓고, 그 신뢰의 토대 위에 남과 북의 주민들이 함께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합의통일’입니다.



인도적이고 비정치적인 분야부터 대화와 교류를 재개해야 합니다.

그래야 남북관계가 트이고 정부 간 접촉의 문도 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저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측에

‘남북 국회의장 회담’ 개최를 공식 제의합니다.



다가오는 광복절 즈음이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하지만,

구체적 일정과 장소는 북측의 의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습니다.



‘남북 국회의장 회담’이 성사된다면

남북 국회의 대표자들이 한자리에서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 국회의장 회담이 마중물이 되어

남북국회 본회담과 당국 간 회담까지 추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 국회의장 회담에서는 보건의료협력을 비롯한 인도적 문제는 물론,

북한지역 나무심기와 문화유산 보존사업 등의

비정치적 분야 남북협력사업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민족이 역사적인 광복 70주년을 이대로 보내서는 안 됩니다.

자칫 우리 선조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북측의 조속한 답변을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67년 전 헌법을 제정하신 제헌의원들께서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위한 초석을 놓았습니다.



위당(爲堂) 정인보(鄭寅普) 선생님의 제헌절 노래 가사처럼

‘대한민국 억만년의 터’를 닦아 주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제헌절을 맞아 나라를 위해 더욱 더 헌신할 수 있는 힘을 얻고, 제헌의원들의 숭고한 뜻을 결코 헛되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해야 합니다.



선대가 물려주신 터전 위에

화합과 통합의 가치를 꽃피우는 선진 국가,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통일국가를 반드시 세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자유·민주·평화·번영의 대한민국 헌법정신을 되새기며,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를 민족사의 새장을 여는 해로,

대한민국토 공동체가 재도약하는 원년으로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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