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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경제 지탱하는 350만 ‘장마당 세대’ … 김정은 버팀목인가 체제 위협자인가

중앙일보 2015.07.17 01:21 종합 4면 지면보기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4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최근 북한의 ‘장마당 세대’들을 중심으로 체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김정은 체제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슈추적] 김정은 마이웨이 <하> 장마당이 불러온 변화

 ‘장마당 세대’는 북한의 경제난이 극심했던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때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들로, 시장(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며 시장경제에 적응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북한 인구(2500여만 명)의 14%에 해당하는 350여만 명의 장마당 세대는 이념이나 사상보다 돈벌이에 관심이 많은 데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외부 사상과 유행을 휴대전화 등을 통해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이 김정은 시대를 맞아 북한에 위협 요소로 등장했다는 게 국정원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반대의 분석도 한다. 장마당 세대가 핵 개발 과정에선 오히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2009년 11월 30일 전격 단행한 화폐 개혁은 신구 화폐를 1대 100 비율로 교환해 주는 조치였다. 이를 통해 북한 당국은 숨은 돈을 회수해 중앙 집중적 계획 경제를 복원하려 했다. 그러나 물가 폭등으로 심각한 혼란을 야기했다. 당시 새로 발행된 북한 화폐 중 최고액인 5000원권에만 김일성 전 주석의 얼굴이 담겨 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남대 김근식(정치외교학) 교수는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은 북한 주민들은 자기 먹거리를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장마당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며 “국가는 가난해도 인민들은 먹고살 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대 정창현(북한학) 겸임교수도 “국가 경제가 완전히 무너졌던 김정일 시대에는 아사자가 속출했지만 주민들이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제 살 길을 찾으면서 통치자로선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졌다” 고 했다. 스스로 먹고살 능력을 갖춘 장마당 세대가 체제에는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겠지만 경제적 측면에선 ‘핵 마이웨이’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이나 한국이 원유나 쌀·비료 지원이라는 ‘당근’을 내놔도 과거처럼 북한이 움직이지 않는 건 이처럼 경제적으로 견딜 수 있는 내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 입국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에선 미국의 제재 때문에 어렵다는 교육을 꾸준히 해와 제재와 가난에 익숙하다”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보는 것처럼 체제의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렵게 사는 걸 당연시하며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 취임 이후 상대적으로 경제상황이 좋아진 것도 김정은의 핵 정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악의 경제난을 겪었던 1998년 북한 식량 생산량은 270만t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500만t 안팎으로 10여 년 만에 두 배가량의 소출을 올리고 있다. 국내총생산(GDP)도 김정은 취임 이후 3년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배급 체계가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제2의 고난의 행군’을 대비하는 주민이 많아지면서 주민들의 삶은 역설적으로 나아졌다고 한다. 정보 당국자는 “북한에선 시장 등에서 이윤을 남기는 행위를 ‘달리기’(환전=돈 달리기)라고 한다”며 “장마당 등에서 번 돈을 국가가 회수하기 위해 2000년 이후 두 차례나 화폐개혁을 했지만 주민들이 호응하지 않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언제 어려워질지 모르는 주민들이 달러나 유로·위안화로 거래하며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한다. 이 당국자는 “국제사회에서 제재를 가해도 주민들은 자동차를 밀수할 정도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국에서 물건들을 수입해 팔고 있다”며 “심지어 일본산 카스텔라와 코끼리 밥솥, 지멘스 냉장고 등 장마당엔 없는 제품이 없다”고 전했다. 상업활동 규모가 커지면서 미화 5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돈주’(프티 부르주아)도 출현하고 있다고 정보 당국은 전했다.



  동국대 고유환(북한학) 교수는 “장마당 세대의 경우 핵 개발과 정권 안정화를 위한 시간 벌기에 도움이 될 수 있고 고위 간부들이 숙청되며 승진의 기회를 얻는 측면도 있다”며 “하지만 사유재산에 대한 통제에 나설 경우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어 김정은에겐 앞으로 양날의 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최익재 팀장, 정용수·전수진·유지혜·안효성 기자,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왕웨이 인턴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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