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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일 지옥’ 대법관 왜 해 … 추천 42명 중 15명 거절

중앙일보 2015.07.17 00:58 종합 14면 지면보기
대법원이 오는 9월 퇴임하는 민일영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받는 과정에서 10명 중 4명꼴로 “대법관을 하지 않겠다”며 심사 절차를 거부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비법관 출신들 “들러리” 불만
후보 27명 중 교수·검사 0명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검사장 출신의 대학 교수 한 분을 포함해 법학 교수 5명이 추천됐지만 본인들이 후보자 검증 등의 심사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당초 민 대법관 후임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법관 32명, 비법관 출신 10명 등 모두 42명이 각계의 추천을 받았다. 42명의 추천자 중 법학 전공 교수 5명은 전원 심사에 부동의했고 법관 32명 중 10명도 심사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심사절차를 밟겠다고 동의한 현직 법관 22명, 변호사 5명의 명단만 공개하게 됐다는 것이다. 원래 추천됐던 42명 중 64%만 동의한 셈이다. 현직 검사는 지난 5월 검사장 출신인 박상옥 대법관이 임명된 영향으로 추천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그 결과 대법원이 지난 14일 공개한 후보 추천자 27명 중 교수와 검사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퇴임한 신영철 전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추천 과정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법관 27명, 비법관 18명 등 실제 45명이 추천됐지만 비법관 중 현직 검사 4명을 포함해 10명이 심사에 동의하지 않았고 법관 11명도 심사를 포기했다. 법관 16명, 변호사 6명, 교수 2명 등 모두 24명(53%)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대법관 후보로 추천되는 것을 포기하는 현상을 놓고 대법원 관계자는 “학자나 변호사들은 6년간 사생활을 포기한 채 기록에 파묻혀야 하는 대법관을 왜 하느냐고 후보 심사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하고 싶어도 본인들이 싫다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국회 청문회 등 검증 절차와 ‘퇴임 후 개업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요구하는 등의 전관예우 논란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한변협 관계자는 “대법관 제청 때마다 미리 내정해 놓고 비법관 후보를 들러리 세우는 일이 반복돼 나타난 현상”이라며 “대법원 스스로 ‘50대 서울대 법대 출신 남성’이란 현재 모습을 탈피하겠다는 전향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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