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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심었더니 … 골목 쓰레기 확 줄었네

중앙일보 2015.07.17 00:31 종합 21면 지면보기
광주시 유덕동 주민들이 마을 공동텃밭에서 감자를 캐고 있다. [사진 광주 서구]
광주광역시 서구 유덕동에 있는 마을 공동텃밭은 수년 전만 해도 동네 골칫거리였다. 660㎡ 넓이의 공터 곳곳이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로 넘쳐났기 때문이다. 쓰레기 더미 사이로 잡초까지 무성하게 자라 여름이면 악취와 해충으로 골치를 앓았다.


지자체들 역발상 환경 미화

 이처럼 버려졌던 땅이 주민들의 공동 텃밭으로 변한 것은 2011년 3월. “어차피 쓰지 않는 땅에 농사를 짓는 게 어떻겠느냐”는 새마을부녀회 제안을 땅 소유주가 받아들이면서다. “밭에서 수확하는 농작물은 어려운 이웃에 나눠주겠다”는 설득도 땅 주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후 부녀회원들은 쓰레기를 대대적으로 청소한 뒤 매주 한두 차례씩 모여 정성껏 농사를 지었다. 잡초를 뽑고 퇴비를 주는 것도 모두 회원들 몫이었다.



 이곳에서 수확된 감자·배추·오이·고추 등은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내졌다. 회원들은 지난달에도 10㎏들이 감자 20상자를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선물로 건넸다. 텃밭의 효과를 본 주민들은 쓰레기 문제가 심각했던 또 다른 공터에서도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유덕동 새마을부녀회 노경선(57·여) 회장은 “쓰레기가 가득했던 빈터가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공간으로 바뀌면서 동네 환경도 좋아지고 주민들 사이도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불법 쓰레기 투기로 몸살을 앓던 도심 속 자투리땅들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쓸모 없던 동네 공터들이 주민들과 지자체의 ‘역발상’을 통해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전남 해남군 송지면사무소와 주민들은 지난달 초 금강리 340㎡ 넓이의 빈터에 고구마밭을 만들었다. 유덕동 주민들처럼 쓰레기가 난무했던 공터를 마을 공동텃밭으로 바꾼 사례다. 주민들은 쌓여 있던 쓰레기들을 걷어낸 뒤 돌을 고르고 밭을 갈아 고구마순을 심었다. 고구마를 수확하면 주민들끼리 함께 나눠먹거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주기 위해서다.



 쓰레기와 악취로 가득했던 공간이 정원이나 공원으로 바뀐 곳도 많다. 전남 고흥군은 지난 4월부터 쓰레기 불법 투기가 심한 74곳에 ‘한 평 정원’을 조성했다. 한 평(3.3㎡) 남짓한 공간에 상록패랭이꽃과 구절초 등 다년생꽃을 심어 꽃향기 가득한 정원으로 꾸몄다. 정원 곳곳에는 다양한 조형물들을 세워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쟁기질하는 소를 묘사한 작품이나 낡은 절구통 같은 조형물들도 모두 폐품을 활용해 만들었다.



 광주시 남구 봉선2동 주민들은 지난해 말 불법 투기한 쓰레기로 가득차 있던 공간을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삼익아파트와 근린공원 사이의 국공유지에 배롱나무와 호랑가시나무를 심어 주민들의 산책 공간으로 조성했다. 연일 빗발쳤던 쓰레기 관련 민원은 공원이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독특한 시설물을 설치해 쓰레기를 버리려는 심리를 차단한 곳도 있다. 순천시 덕연동주민센터는 지난 4월 원룸 밀집 지역 등 3곳에 반사경 형태의 ‘양심거울’을 설치했다. ‘당신의 양심을 이곳에 버리고 가시겠습니까’라는 문구도 함께 내걸었다. 거울이 설치된 곳은 1주일에 평균 500㎏ 이상의 불법 쓰레기들로 골치를 앓던 공간들이다. 덕연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양심거울 설치 후 쓰레기가 절반 이상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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