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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대신 인형으로 시상 … 화훼업체 욕 엄청 먹었죠

중앙일보 2015.07.17 00:03 종합 26면 지면보기
김윤석 광주 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농구장을 수영장으로, 또는 빙상장을 배구장으로 활용한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신축 경기장을 다목적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사진 U대회 조직위원회]



김윤석 U대회 조직위 사무총장

14일 막을 내린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U대회)는 성공적인 종합 스포츠 이벤트로 평가받고 있다. 저비용·고효율·친환경의 3대 가치를 실현했고, 8351억원으로 책정됐던 시설·운영비를 6172억원으로 줄였다. 지역 내 기존시설 활용률을 95.7%까지 끌어올렸고, 신축 경기장 세 곳은 향후 운영까지 고려해 다목적 시설로 설계했다.



 김윤석(62) 광주 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광주 U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주역이다. 옛 기획예산처 공보관 출신인 김 총장은 광주광역시 정무부시장(2007~2010년)에 이어 유니버시아드 실무 총책을 맡았다. 김 총장은 “지자체는 물론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과 건설업체, 심지어 지역 화훼업체와도 싸웠다”면서 “악역을 맡았지만 국제대회 운영의 전범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컸다”고 말했다.



12일 U대회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승에서 금메달을 받은 손연재 선수가 꽃다발 대신 마스코트 인형을 안고 시상대에 올랐다. [뉴시스]
 - U대회 운영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85점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 아쉬운 부분은.



 “대회 준비를 하는 동안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은 광주시장이 두 차례나 바뀌었다(박광태→강운태→윤장현). 실무 직원들도 번번이 교체됐다. 숙련된 직원이 부족해 남모를 고충이 있었다.”



 - 신축 경기장의 사후 활용 방안까지 꼼꼼히 챙겼는데.



 “기획예산처 재직 당시 체육시설을 지어달라고 떼를 쓰는 지방자치단체가 많았는데, 예산을 지원한 뒤 확인해 보니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방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신축 경기장을 최소화하고 전라남·북도에 걸친 기존 시설을 재활용했다. 신축 경기장은 기획 단계부터 활용 계획을 꼼꼼히 점검했다. 설계를 자주 바꿔 건설회사와 많이 싸웠지만 옳은 길을 간다는 확신이 있었다.”



 - 양궁장을 축구장으로, 체육관을 콘서트장으로 활용하는 계획은 참신하다.



 “양궁장을 연중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다 축구를 떠올렸다. 천연잔디를 깔아야 한다기에 축구장에서 쓰는 품종을 쓰라고 지시했고, 축구장 두 면이 나오도록 설계를 바꿨다. 광주여대 체육관은 ‘지역 문화행사 공간’이 기본 컨셉트였다. 음향시설부터 좌석배치까지 콘서트홀 수준으로 설계했다.”



 - 비용 절감과 수익 극대화를 위한 노력도 주목받았는데.



 “청탁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500만원 이상이 드는 모든 사업을 입찰제로 바꿨다. 메달리스트에게 꽃다발 대신 마스코트 인형을 줘 비용을 줄였다. 그 바람에 U대회 특수를 기대한 지역 화훼업체로부터 욕을 많이 먹었다. FISU가 갖고 있는 대회 마케팅 권한을 조직위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클로드 루이 갈리앙 FISU 회장이 우리 정부에 공식 항의 문서를 보내기도 했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며 화해했다.”



 - 메르스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나.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진심’이었다. 메르스 전파 과정과 통계 자료를 있는 그대로 정리해 FISU 143개 회원국에 수시로 보냈다. 일본대표팀이 개막 보름 전에 입국했는데 ‘보내준 자료를 보고 안전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말하더라.”



 - 광주 U대회 유산의 활용 방안은.



 “체육대회와 재정, 두 부분에 대해 각각 매뉴얼을 만들 생각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를 비롯해 향후 국제대회를 치르는 국내 지자체에 교훈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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