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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우리는 왜 2:8 가르마의 똑같은 머리를 해야 하나

중앙일보 2015.07.17 00:02 종합 28면 지면보기
손광균
JTBC 경제산업부
오랜 꿈이 ‘모히칸’ 머리였다. 가운데 한 줄만 남기고 양옆을 확 밀어버리는 스타일이다. 아이돌인 지드래곤, 잉글랜드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때문에 유명해진 머리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모히칸 인디언의 거친 남성다움을 자랑한다.



 중·고교 6년간 ‘머리에 신경 쓰면 공부는 뒷전’이라는 잔소리가 귀에 못이 박혔다. 공부해보겠다고 반삭발을 하면 이번엔 “반항하냐”는 꾸지람이 돌아왔다. 그때 나는 다짐했다. 언젠가는 ‘내 머리의 자유’를 쟁취하겠노라고.



 방송기자가 된 지 2년쯤 지났을 때 기회가 찾아왔다. 내근 부서로 발령이 났고 가슴이 바다와 같은 부장을 만났다. “회사에서 누가 뭐라고 하면 내가 승인했다고 해”라는 부장의 쿨한 허락을 받아낸 그날 밤 나는 집 앞 미용실에서 모히칸 전사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용맹한 모히칸 전사는 구박덩어리였다. 다음 날 출근해 보니 “혼나기 전에 인증샷이나 찍자”는 입사 동기들은 차라리 고마웠다. 용기를 북돋워준 부장은 내 머리를 붙잡고 ‘아이고, 이럴 줄은 몰랐다’며 탄식했다. 나는 움츠러들었다. 원래 모히칸은 머리를 위로 세웠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하지만 온갖 싸늘한 눈초리에 나는 자꾸자꾸 머리칼을 눕혔다.



 돌아보면 ‘스타일의 완성은 머리’라는 생각부터 순진한 착각이었다. 역시 기본은 얼굴이다. 만약 내 얼굴이 지드래곤 수준이었다면 모두들 나의 모히칸 머리를 우러러봤을지 모른다. 그때 이후로는 다시 모히칸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남들의 불편한 시선에 나도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억울함까지 떨치긴 어려웠다. 머리는 좀 특이해도 일하는 자세가 변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더구나 지금은 창조경제 시대가 아닌가. 미국 구글의 사원들만 봐도 똑같은 머리 스타일이 없다. 장발에서 모히칸이나 삭발까지…. 왜 우리는 2:8 가르마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요즘 나름대로 소심한 반항을 고민하고 있다. 모히칸 머리의 실패를 딛고 넘어서자는 각오를 다진다. 시야도 해외로 넓혔다. 개인적으로 CNN의 간판 앵커인 울프 블리처를 좋아한다. 걸프전 생중계를 기가 막히게 해냈고, 백악관 출입기자를 거쳐 지금은 ‘상황실’ 앵커를 맡고 있다. 멋지고 잘생긴 방송기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블리처는 못생긴 축이다. 그럼에도 그의 하얀 콧수염과 구레나룻은 신뢰의 상징이다. 나도 그런 콧수염을 살짝 길러볼까 계산 중이다. 점심시간 컴퓨터에 내 얼굴 사진을 놓고 어떤 스타일의 콧수염이 어울릴지 합성해 보는 게 작은 즐거움이다.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처럼 멋진 수염은 아닐지라도….



손광균 JTBC 경제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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