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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이란 핵 타결의 4대 의문점

중앙일보 2015.07.17 00:02 종합 28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주요 6개국(P5+1, 유엔 상임이사국 5개국인 미국·프랑스·영국·중국·러시아와 독일)은 이번 주에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해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타결을 간절히 바랐다는 게 명백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합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번 합의가 과연 얼마나 오래갈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지속 여부는 세 가지 큰 의문에 달려 있다. 또한 이란 핵 협상 타결은 ‘북한과 아시아에 이란 핵 타결은 어떤 의미인가’ 하는 커다란 질문을 제기한다.



 첫째, 이란이 앞으로도 계속 중동 지역의 안보를 위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번 핵 타결에도 불구하고 이란 정부는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가자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의무가 없다.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죽이고 역내 친서방 정부들을 위협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자금이 훨씬 풍족해진다. 만약 이란이 앞으로도 기존의 활동을 계속한다면 미국이 이란과 대적하는 것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둘째, 중동 내 미국의 동맹국들은 어떻게 되는가. 오바마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국가들에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이런 식의 핵 타결 자체에 반대했다. 미국이 동맹국들의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 것인지 불투명하다. 문제의 핵심은 물리적인 조건보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의지다. 핵 협상 타결 전에 오바마 행정부는 군사력을 사용하거나 제재를 강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따라서 동맹국들이 미국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될 우려가 있다.



 셋째, 국제사회는 협상 타결의 결과를 검증할 수 있을까. 핵사찰을 관리하는 국제위원회가 구성돼 활동에 나서더라도 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이란은 이를 악용할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만약 이란이 사찰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미국이 제재를 복원하기로 돼 있다. 하지만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이 이란의 석유 부문에 일단 투자하기 시작하면 제재를 복원하기는 매우 힘들어질 것이다. 타결안이 실패하고 경제적인 압력을 가할 수도 없게 되면 미래에 새로운 위기가 시작될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에 대한 이란의 과거 행적을 되짚어보면 이란은 기만과 은폐를 구사했다. 이번 합의 이후에는 이란이 변할 것인가. 이번 합의는 북·미 제네바 합의보다 낫다. 하지만 이란은 북한을 모델로 삼아 비밀리에 핵과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이번 합의의 골자는 아라크(Arak) 원자로를 제외한 이란의 핵 인프라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이다. 이란의 핵 인프라를 감시하게 될 체계는 매우 불완전한 반면 이란은 상당한 정도의 물질적인 이득을 보게 된다. 제네바 합의보다는 전망이 밝다. 하지만 제네바 합의는 이란 사례에 교훈을 던지고 있다.



 넷째, 이란 핵 타결은 북핵 문제에 적용될 수 있을까. 이란 핵 타결이 북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거의 확실하다. 왜냐하면 우선 북한의 최근 행태 때문이다. 특히 평양은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새 헌법에 못 박았다. 또 미국 행정부는 ‘정치적 자본(political capital)’을 이란에서 소진했기 때문에 평양에 비슷한 접근법을 시도할 수 없다. 미국의 적들과 무조건으로 대화한다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이란 핵 타결은 오바마 대통령의 ‘백조의 노래(swan song, 백조가 죽을 때 부른다는 아름다운 노래)’다.



 미얀마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다. 비록 미얀마에서 언론의 자유, 종족 분쟁, 정치 참여 분야에서 오히려 퇴행적인 현상이 나타났지만 말이다. 쿠바의 경우에도 인권의 신장은 없었다. 또 미 의회가 대사관 설립을 저지할 것이지만 미국인들은 대체적으로 화창한 아바나를 방문할 수 있게 돼 기뻐하고 있다. 이란의 경우 오바마 행정부는 공공연하게 중동 지역의 동맹국들과 충돌했으며 아직도 불안정 요인을 수출하고 있는 이란과 지극히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이번 도박이 성공할 수도 있지만, 오바마는 이미 모든 포커 칩을 써버렸기 때문에 평양과 새로운 도박을 시작할 여유가 없다.



 이번 이란 핵 타결은 성공할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도박이라는 게 명백하다. 테헤란은 중동의 테러 단체와 위험한 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줄일 수도 있다. 서구 국가들과 접촉을 늘리고 사찰을 허용할 수도 있다. 북한보다는 이란을 둘러싼 전망이 밝다는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핵 타결이 반드시 성공한다고 확신하는 중동 전문가는 많지 않다. 다만 이란 핵 타결 덕분에 미국은 당분간 군사력을 동북아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좋은 일이다. 만약 이란이 몇 년 내에 합의를 깨고 이에 따라 다시 복원한 제재가 실패한다면 미국은 더욱 위험한 이란을 대면하게 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다음 대통령에게 커다란 짐을 남긴 셈이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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