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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어느새 선박 인양기술까지 '차이나 파워'

중앙일보 2015.07.17 00:02 종합 2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민상
경제부문 기자
“중국 업체 두 곳이 연달아 1·2위를 한 상황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요.”



 “낮은 입찰 가격이 결정적인 변수가 된 것 아닙니까.”



 지난 15일 해양수산부 기자실엔 세월호 인양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힌 중국의 상하이 살비지(Shanghai Salvage·上海打<635E>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네티즌 반응도 비슷했다. 댓글 중엔 “세월호 인양까지 최저낙찰제로 중국산을 써야 하느냐”는 비아냥도 있었다. 세월호 가족협의회 법률 대리인인 박주민 변호사조차 “중국 업체가 다른 컨소시엄에 비해 정말 기술이 뛰어난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평가는 기술점수가 90점이고 인양 가격은 10점만 반영됐다. 기술력이 없으면 애당초 명함조차 내밀 수 없는 구조였다.



 정용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자문위원은 “중국의 해양 관련 기술은 세계 수준이다. 중국은 10여 년 전부터 수중탐사 기술을 크게 발전시켜 왔다”고 말했다. 중국은 2012년 세계 최초로 수중 7000m까지 들어가는 유인탐사잠수정을 개발했다. 상하이 살비지는 2012년 수심 300m에서 유인 작업을 할 수 있는 잠수정인 심잠호(深潛號)를 선보였다. 이 잠수정은 심해 작업을 위해 인체에 질소 대신 헬륨을 공급하는 ‘포화잠수장치’를 갖추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3년 유인 우주선 발사에도 성공하는 등 심해에서 우주까지 아우르는 ‘기술강국’이다.



 실제 상하이 살비지는 기술적인 평가에서도 우위를 차지했다. 1년 이상 바닷속에 가라앉아 녹슨 세월호 선체를 분석해 배 윗부분을 당기면 파손될 우려가 있다며 밑에서 들어올리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관철시켰다. 중국 업체는 침몰 지점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도 십분 활용했다. 인력과 장비 수송 비용을 줄여 입찰가를 예정가(1000억원)보다 150억원이나 낮췄다.



 물론 아직 정식 계약을 한 것도 아니고, 실제 인양까지는 갈 길이 멀다. 그렇다 해도 이번 입찰 평가에서 중국 업체가 1·2위를 차지한 것을 가볍게 여길 일은 아니다. 이정동 서울대 기술경영정책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우주와 과학, 해양 분야 등에서 기초기술이 탄탄하다”며 “이 기초기술이 공정기술이란 날개를 다는 날엔 무서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중국 제조2025’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제조업 분야에서 2025년까지 한국과 같은 수준에서 벗어나 독일과 일본을 따라잡겠다는 야심 찬 전략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를 싸구려로 생각했다간 큰코다칠 날이 먼 미래가 아니란 얘기다. 일본에 이어 또 하나의 기술강국과 경쟁해야 할 운명이 현실로 다가왔다.



김민상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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