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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릴레이 기고] (2) 남북 연결돼야 한국이 동아지중해 중추 된다

중앙일보 2015.07.17 00:02 종합 29면 지면보기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을미년 하지에 31명의 한국인 오디세우스들은 압록강에서 두만강까지 1400㎞의 평화 오디세이 대장정에 올랐다. 오디세이는 단둥에서 시작되었다. 북한의 신의주와 단둥 사이에 한국전쟁 시 폭격으로 끊어진 철교의 끝 지점은 압록강 한가운데에 있었고, 그 강물 위에서 우리는 스킬라(Scylla)의 암초와 카리브디스(Charybdis)의 소용돌이를 통과해야만 우리의 이타카(Ithaca)로 돌아갈 수 있다는 동북아 국제정치의 잔인한 현실을 실감했다. 중국은 이미 황금평을 단둥과 연륙시켜 놓았으며, 인천대교를 닮은 거대한 신압록대교를 건설해놓고 평양까지 400㎞의 고속도로를 깔아 북한을 중국 동북 제4성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었고,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미국은 한국전 이후 최초로 항공모함 전대를 서해로 진입시켜 해군력이 절대 열세인 중국을 긴장시키고 있었다. 키르케(Circe)가 오디세우스에게 알려준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를 통과하는 비결은 스킬라의 암초를 향해 배를 전속력으로 통과시키라는 것이다. 독일이 동방정책을 정공법으로, 전속력을 다해, 그리고 26년간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통일을 낚아챈 것 같이 우리도 초당적으로 흔들림 없이 지속적으로 남북평화정책을 밀어붙일 때 남북이 함께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의 험로를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평화 오디세이 2015] 릴레이 기고 ②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중국·러시아의 국경이 맞닿은 두만강 하류 팡촨(防川). 이런 전략적 가치를 활용해 북한을 평화국가로 변모시켜야 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백두산 천지에 올라서서 한반도가 동아지중해(East Asian Mediterranean)의 중심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호메로스 당시 그리스반도가 고대 지중해 세계 패권전쟁의 중심이었던 것처럼, 한반도는 20세기 동아지중해의 패권 각축장이었다. 20세기 트로이전쟁인 한국전쟁으로 한반도는 두 동강 났고 한민족은 분단민족이 되어버렸다. 백두산 정상에서 발견한 것은 남북 간 통행·통상·통신이 열려 남북이 육해공으로 연결되어 한반도가 중국과 유라시아와 3면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우리 대한민국은 동아지중해의 중추가 아니라 동아지중해의 ‘섬’으로 고립될 것이라는 냉엄한 지정학적 현실이었다. 미국이 외교와 군사역량의 중심을 ‘아시아로 회귀(pivot to Asia)’시켜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을 포위해 힘의 ‘재균형(rebalancing)’을 꾀하고 있고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대륙과 해상 실크로드를 건설해 미국을 역포위하려 하면서 동아지중해의 파고는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두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잔인한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오디세우스는 거인이지만 외눈박이라 균형감각이 없는 키클롭스(Cyclops)의 약점을 이용해 외눈을 찔러 키클롭스의 동굴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한국은 오디세우스와는 달리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거인의 눈을 찔러 맹목적인 대국으로 만들지 말고 외눈박이 두 거인이 균형감각을 갖춘 관계를 맺도록 매개하는 가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평화체제를 구축해 8000만 경제권을 형성해 한·중·일 3각 균형체제(triad)를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평화를 만들고 이어주는 가교국가(bridging state)가 되어야 한다.

 북·중·러 3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두만강 하류에서 우리는 한반도 평화의 기회와 희망을 보았다. 용호각이라는 중국 국경 전망대에서 우리 오디세우스들은 중국의 치명적 약점을 발견했다. 중국의 국경은 바다에서 못 미치는 점에서 끝나고 있어서 중국은 한국전쟁 이후 동해로 출해하지 못했고 중국 해군은 동해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어도 동해에서는 ‘미국에 의한 평화(Pax Americana)’가 유지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중국은 나진항 부두 장기 조차를 통한 동해로의 출해 통로 확보를 핵심적인 국가전략으로 삼고 꾸준히 추진해 왔다. 그런데 천혜의 부동항 나진에 러시아도 눈독을 들이고 있어 나진항을 둘러싸고 중국과 러시아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었다. 북한은 전략적 가치가 엄청난 나진항을 체제 생존을 위한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오디세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나진항 앞바다의 중·러 사이렌들(sirens)의 치명적인 유혹의 노래에 귀를 막아야 한다. 북한은 중·러 사이렌들의 유혹에 빠져 나진항을 군항으로 장기 조차해 동해를 갈등의 바다로 만들어 체제의 생존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지 말고, 스스로 평화이익을 중시하는 평화국가로 변모하여 나진항을 지렛대로 해서 북·중·러·한국이 참여하는 광역 두만강개발계획을 추진하고, 극동러시아 가스관을 연결하는 러·미·중·일·남북한이 참여하는 동북아 에너지 공동체를 만들어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모든 나라가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이익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만약 북한이 이러한 평화이익(peace interests)의 창출을 주도한다면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체제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고, 국제사회는 평화국가로 변모한 북한 체제의 생존을 보장해 줄 것이다. 이것이 두만강 하류에서 오디세우스들이 발견한 한반도 평화의 기회와 희망이었다.

글=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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