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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시시각각] 감동 줄 대법관 후보 어디 없나?

중앙일보 2015.07.17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박재현
논설위원
‘대법관 후보에 올랐데요. 축하드립니다 ^^’.



 ‘별 의미 없어요. 들러리일지도… ㅠㅠ’.



 ‘사실 지난번에도 올랐었는데 ㅠㅠ’. 



 무려 27명의 법조인이 대법관 후보군에 명함을 내밀었다. 9월 퇴임하는 민일영 대법관의 후임자 선정을 위해서다. 22명의 현직 고위법관들과 5명의 변호사들. 그런데 생각 밖으로 일부 당사자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법원 내 일각에선 볼멘소리도 나왔다. ‘27대 1’이라는 수치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대법원이 대법관 심사 대상자들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법원이나 각종 단체 등에 의해 대법관 후보로 천거된 사람 중 27명이 대법원의 심사요구에 동의한 것이다. 재산 형성 과정이나 병역 의혹, 재직 시 부적절한 업무처리 등과 관련해 소명을 할 준비가 된 법조인들이다.



 명단 공개가 이뤄진 건 박상옥 대법관 때문이다. 지난 1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박상옥 등 3명의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하는 과정이 허술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박 대법관은 ‘검찰 몫’이라는 관례에 따라 후보로 제청됐다. 하지만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수사검사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이 걸러지지 않아 곤욕을 치러야 했다. 후보자들에 대한 부실 검증 책임을 대법원이 져야 했던 것이다. 후보자 명단 공개는 절차적 투명성이라는 명분을 얻게 됐다.



 이제, 후보자 현황을 보자. 22명의 법원 고위직들은 누구인가. 각급 법원장 및 고법 부장판사 이상들로 사법연수원 11기부터 18기까지 분포돼 있다. 여성 법관은 한 명이고, 19명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연령대는 60대가 두 명이고, 나머지는 50대다. 변호사협회가 실시하는 법관평가제에서 ‘하위권’에 든 3명도 포함됐다.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일부 법원장이 명단에 없는 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당초 후보로 추천된 40여 명의 법관 중에는 포함됐지만 본인들이 고사했을 가능성이 있다. 법원 내 일각에서 “인기투표식 선발 방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변호사 5명 중 2명은 시작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다. 대한변협이 후보를 공개적으로 천거한 것은 규칙 위반이라는 지적에서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은 ‘천거는 비공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후보군에 든 이석연 변호사가 법제처장을 지낸 경력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후보군은 좀 더 좁혀질 수밖에 없다. 심사 대상 중 교수직군과 검찰 출신이 없는 것도 눈길을 끈다. 교수직의 경우 천거된 대부분이 심사 관련 서류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다. 교수직의 경우 논문 표절 시비, 재산형성 과정 등을 우려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후임 대법관 천거를 위해 몇 달 전부터 고군분투했던 대법원 관계자의 말처럼 “정말 사람이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결국 “시작은 창대했지만 결말은 똑같은 것 아닌가”라는 방정맞은 예감도 갖게 된다. 50대의 서울대 법대를 나온 법관 출신이라는 카테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은 느낌 말이다.



 24일까지 진행될 심사 대상자들에 대한 의견 표명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문제다. 개인과 단체는 27명의 법률가들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쓸 수 있다. 현직 법관의 경우 재판 당사자들이 악의적인 민원성 투고를 할 개연성도 다분하다. 솔직히 현직 법관들에 대해 일반 국민이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진보 성향 변호사의 경우는 반대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그 때문에 의견서의 반영비율을 놓고 논란이 일 수도 있다. 만약 비율을 높이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게 되고, 비율을 낮추면 쓸데없는 제도라는 지적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법조인들의 시큰둥한 반응은 후임 대법관도 결국 양승태 대법원장의 의중에 달려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 다시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양 대법원장은 과연 대법관 구성 다양화에 관심과 의지가 있을까. 이번에도 괜한 헛물만 켜고 있는 것일까. 인사는 감동이라고 하던데… .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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