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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내가 잡으면 혁신인가

중앙일보 2015.07.17 00:02 종합 31면 지면보기
김진국
대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에는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13일 당무위원회에서 혁신안을 통과시켰다. 가장 민감한 최고위원제 폐지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구성은 보류한 채다. 소리는 요란한데 박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당을 통합하기보다 쪼개는 것 아니냐고 걱정이다.



 워낙 계파 문제가 새정치연합의 심각한 과제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흘러가는 꼴이 개혁은 명분만 남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 와중에 정작 중요한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 혁신의 명분이었던 바로 그 국민 말이다. 내놓은 것은 국민에게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과는 상관없는 것들이다. 누가 얼마나 권한을 갖고, 공천은 누가 하느냐가 전부다. 당권을 누구와 나누건, 누가 독점하건 그게 국민과 무슨 상관인가.



 한마디로 문재인 대표 한 사람에게 권한을 몰아주자는 안이다. 새정치연합은 집단지도체제였다. 최고위원회의가 최고집행기구다. 여기서 다른 최고위원을 모두 없애면 대표만 남는다. 비주류의 입을 틀어막아 버리면 계파주의가 사라지는 건가. 현실에 존재하는 계파도 해체되는 건가. 결국 딴살림을 궁리하도록 몰아간다.



 최고위원 대신 지역·세대·계층·부문 대표로 새 지도부를 구성하겠다고 한다. 그들이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과 같을 수는 없다. 그들을 임명한 대표 목소리만 남게 된다. 더구나 그 부문별 대표가 공천에 개입한다면 또 다른 계파로 진화하는 건 아닌가. 또 지역별 분파주의는 사라질 수 있는 건가.



 공천을 맡을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외부 인사로만 구성한다고 한다. 당내 기득권을 포기하라는 말이니 획기적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안 해 본 게 아니다.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이나 이미 여러 차례 외부 인사로 공천심사위를 꾸려 봤다. 하지만 대개 지도부의 차도살인(借刀殺人)에 이용돼 왔다.



 오죽 계파 갈등이 심각하면 그러겠느냐는 생각도 없지는 않다. 과거 3김씨 같은 카리스마가 없는 형편에 현역 의원을 물갈이하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이해도 간다. 선거를 앞두고 비상수단이라도 강구해 보려는 초조감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다고 민주성 대신 강력한 단일체제의 효율성인가. 더구나 국민에게 보이는 건 당내 권력다툼일 뿐이다.



 왜 혁신을 하는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얼마나 기가 막힌가.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으로, 세월호 참사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박근혜 정부는 기진맥진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도발로 미·일과의 관계는 불안하고, 남북 관계는 얼어붙고, 엔저(円低)에, 최악의 청년 취업난에, 연금 개혁의 후유증으로 공무원마저 돌아섰다.



 이런 판국에 새정치연합은 무엇을 했는가. 단식투쟁을 막으러 가 즉흥적으로 대신 단식하는 지도자의 처신에서 국정을 맡길 믿음이 생기겠는가. 혁신안을 처리할 당무회의에서 막말 정치인 징계부터 뒤집어 놓고 박수가 나오기를 바라는가.



 새정치연합은 2007년 대선 이후 거의 모든 선거에서 졌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지난해 지방선거와 네 번의 재·보궐선거를 내리 참패했다. 2008년 이후 만들어진 혁신기구만 7개다. 혁신을 하겠다고 해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다. 집권당이 죽을 쑤고, 경제가 가라앉고, 메르스로 난리를 쳐도 새누리당과 10% 이상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 특별히 무엇을 잘하라는 게 아니다. 반사이익을 챙기는 일조차 못한다. 이게 최고위원 탓이고, 단일지도체제로 힘을 몰아주면 해결이 될까.



 정말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절실하지 않으면 길이 보일 리 없다. 반성이 없으니 모든 게 정치공학적이다. 득표전략만 세운다. 정당은 집권해 정책을 펼치는 것이 목표다. 그러니 권력의지가 강한 것을 나무랄 수 없다. 그렇지만 정권을 잡는 것보다 잡아서 무얼 하겠다는 건지가 더 중요하다. 그래도 집권을 노리는 건 봐줄 만하다. 더 한심한 건 정권보다 당권 장악에 매달리는 듯한 모양새다. 자기가 잡으면 혁신인가.



 민주주의의 발전사는 길다. 정당의 구조, 공천 방식은 수없이 연구되고 시험됐다. 선택만 하면 된다. 당내 절차도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본질일 수는 없다. 정당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오히려 현실에 대한 처방이고, 판단이고, 가치관이다. 한마디로 집권하면 ‘무엇을 할 것이냐’다.



 야당이라고 정부·여당을 비난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한 게 아니다. 대북 문제가, 주변국 외교가 집권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야당 시절 비난만 퍼붓지 않았다. 항상 고민하고, 새로운 정책과 처방으로 승부했다. 혁신은 보이기 위한 시늉이 아니라 진지한 반성과 고민부터 해야 길이 보인다.



김진국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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