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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반발심은 프로의 생리이자 미덕

중앙일보 2015.07.17 00:02 경제 11면 지면보기
<결승 1국> ○·김지석 9단 ●·탕웨이싱 9단



제3보(22~36)=아직 초반전이긴 하지만 김지석의 손이 비교적 빠르게 나온다. 좌변을 갈라온 23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상변 24로 먼저 압박한다.



 24에는 두 가지 의도가 실려 있다. 첫째, 상대의 리듬에 끌려가지 않는다. 둘째, 내가 원하는 곳에서 싸운다. 바둑이 인생의 여러 함의를 담고 있지만 유희로서의 속성은 어디까지나 전쟁이므로 병법의 전략과 전술이 무시로 펼쳐지는 것이다. 이를테면, 좌변 23 다음 ‘참고도’ 백1 이하 5까지, 흑을 압박하면서 세력을 키우는 진행도 나쁘다고 할 수 없으나 이 흐름은 탕웨이싱이 원하는 리듬이라는 얘기다. ‘반발심’은 프로의 생리적 특성이며 승부의 미덕이다.



 좌상귀 25부터 33까지 빠르게 안정하는 모습을 보니 확신이 생긴다. 탕웨이싱은 김지석의 실리취향과 공격적 기풍을 뚜렷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것.



 좌하귀 쪽 35의 안정도 일관되다. 가급적 몸싸움은 하지 않겠다. 발 빠르게 먼저 실리를 챙겨 김지석의 취향을 봉쇄하겠다. 그런 의도가 보인다.



 글쎄, 경계심은 나쁘지 않다. 적당한 긴장도 승부의 요소다. 그런데 그런 관념들이 수위를 넘어서면? 그땐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다. 싸움의 근육이 위축되고 물러서기 시작하면 한순간에 벼랑으로 밀려난다. 우상귀 쪽 36의 침입. 왔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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