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말 바루기] 부정 표현 잘 줄여 쓰고 있나요?

중앙일보 2015.07.17 00:02 경제 8면 지면보기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나가 마음에 들면 하나는 ‘마뜩찮게’ 마련이다. 전원주택으로 이사해 자연과 벗하며 지내는 것은 좋지만 출퇴근하기가 ‘만만찮고’ 편의시설이 ‘변변찮아’ 불편한 점도 많다. 중심가에 집이 있으면 교통은 편리할지 몰라도 번잡함에 시달려야 한다.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는 버려야 하는 게 세상 이치다.



 말을 줄여 쓸 때도 취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잘 선택해야 한다. “하나는 마뜩찮게 마련이다”와 같이 사용해선 안 된다. ‘마뜩찮게’가 아니라 ‘마뜩잖게’라고 해야 바르다. ‘마뜩하다’는 제법 마음에 들 만하다는 형용사지만 주로 않다·못하다와 함께 쓰여 마음에 들 만하지 아니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마뜩하다’를 부정하는 표현인 ‘마뜩하지 않다’를 줄일 때 ‘마뜩치 않다’ ‘마뜩찮다’로 표기하는 사람이 많지만 ‘마뜩지 않다’ ‘마뜩잖다’로 적어야 한다. 왜 그럴까?



 ㄱ·ㅂ·ㅅ 등의 무성자음이 앞에 올 때는 어간의 끝음절 ‘-하-’가 완전히 줄어 거센소리로 나지 않으므로 ‘마뜩치’가 아니라 ‘마뜩지’가 된다. ‘마뜩지 않다’를 ‘마뜩잖다’로 줄이는 것은 어미 ‘-지’ 뒤에 ‘않-’이 어울려 ‘-잖-’이 될 적과 ‘-하지’ 뒤에 ‘않-’이 어울려 ‘-찮-’이 될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는 맞춤법 규정 때문이다. ‘탐탁하지 않다’를 ‘탐탁지 않다’로 줄이고 다시 ‘탐탁잖다’로 줄여 쓸 수 있다. 마찬가지로 ‘깨끗하지 않다’도 ‘깨끗지 않다→깨끗잖다’로 줄어든다.



 “출퇴근하기가 만만찮고 편의시설이 변변찮아 불편한 점도 많다”의 경우는 맞게 사용된 걸까? ‘만만하다’와 ‘변변하다’는 어간의 끝음절 ‘-하-’가 아주 줄어들 이유가 없다. 앞의 어간 끝음절이 유성음(모음·ㄴ·ㄹ·ㅁ·ㅇ)이면 ‘-하-’의 ‘ㅏ’가 탈락하고 ‘ㅎ’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어울려 거센소리가 된다. ‘만만하지’는 ‘만만치’로, ‘변변하지’는 ‘변변치’로 줄어든다. ‘-하지’ 뒤에 ‘않다’가 어울릴 때는 ‘-찮다’로 줄어들므로 ‘만만치 않다’와 ‘변변치 않다’는 ‘만만찮다’와 ‘변변찮다’로 줄여 쓰는 것이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 [우리말 바루기] 더 보기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