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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Talk Talk] ‘좋알람’을 팔지 않은 이유

중앙일보 2015.07.17 00:02 경제 8면 지면보기
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1996년 26세 만화가 천계영의 등장은 한국 콘텐트업계에 하나의 사건이었습니다. 첫 연재작 『언플러그드보이』는 30만 부, 차기작 『오디션』은 100만 부가 넘게 팔렸습니다. 당시 길거리 옷가게의 티셔츠마다 그의 만화 주인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대부분 불법 도용이었습니다. 천씨는 “내 자식이 엉뚱한 이에게 끌려가는 걸 보는 심정이었다”고 했습니다.



 요즘 그는 ‘소개요’라는 앱 개발사와 상표권·저작권 공방을 벌이는 중입니다. 지난해부터 천씨가 연재하는 만화 ‘좋아하면 울리는’에는 나를 좋아하는 이가 반경 10m 내에 들어오면 알람을 울리는 ‘좋알람’이라는 앱이 나옵니다. 그런데 소개요가 지난 4월 출시한 앱 ‘좋아요 알람’과 ‘좋알람’이 여러 면에서 유사합니다. 내 전화번호를 체크한 이가 주변에 오면 알람이 울립니다. 소개요는 ‘좋아하면 울리는의 좋알람과 같다’며 앱을 홍보했습니다. 작가와 사전 협의는 없었습니다.



 이 앱은 출시 3개월 만에 5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습니다. 만화 팬 사이에 ‘그 앱 나왔다더라’ 소문이 돈 거죠. 지난 5월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앱에 상을 줬고, 앞서 지난 3월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는 소개요에 투자했습니다. 천 씨는 ‘독자가 혼동하지 않게 앱 이름을 바꾸라’ 요구하고, 소개요는 ‘일반적 단어의 조합이므로 바꿀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판단은 이제 법의 영역입니다.



 천씨가 소개요의 라이센스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업자는 ‘당신을 주소록에서 찍은 사람’을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포장해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런데 범죄를 준비하며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좋아하는 척하는 사람이라면요?…저는 주로 10대 소녀를 대상으로 작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가짜 좋알람을 그녀들에게 줄 수 없습니다.”



 이 기술은 윤리적인가요, 라는 질문은 꽤 고리타분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런 이유로 수익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는 것입니다.



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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