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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문화를 품은 패션, 경제 부흥 이끈다

중앙일보 2015.07.17 00:02 Week& 5면 지면보기



피렌체 편집숍 ‘루이자비아로마’

























루이자비아로마’는 피렌체의 대표 명소인 ‘피렌체 대성당’에서 몇 걸음 떨어진 로마(Roma) 거리에 있다.




“스타일은 퇴보하지 않는다. 진보할 뿐이다. 모두가 개성 충만한 개인이며 이들을 만족시키는 게 내 임무다.” 이탈리아 멋쟁이 안드레아 판코네지(Andrea Panconesi)의 말이다. 그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대표적인 ‘컨셉트 스토어’(concept store)인 ‘루이자비아로마’(LUISAVIAROMA)의 대표다.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로 배송 가능한 온라인숍(LVR.COM)도 운영 중이다. 컨셉트 스토어는 브랜드 자체의 명성보다 각자의 개성을 좇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쉽게 말해 작은 백화점이라고 보면 된다. 백화점과 다른 건, 매장 운영자의 마당발 네트워크와 트렌드를 읽는 안목이 전체 상품 구성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선 대개 ‘편집숍’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2000년대 들어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루이자비아로마에서 컨셉트 스토어의 오늘을 짚어 봤다.





문화를 파는 컨셉트 스토어



지난달 15일 저녁(현지시간), 이탈리아 피렌체의 피렌체대학 앞 거리가 북적이기 시작했다. 한껏 멋을 낸 인파는 보도에 설 자리가 없어 도로까지 점령한 상태였다. 주변 도로는 아수라장이 됐다. 연중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피렌체지만 이렇게 떠들썩한 파티로 시 외곽이 북적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사람들이 입장을 고대하던 행사는 ‘피렌체포에버’(Firenze4Ever)다. 피렌체 시(市)정부가 컨셉트 스토어인 ‘루이자비아로마’와 손잡고 개최한 파티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파워 블로거를 불러 모아 패션과 음악을 매개로 피렌체의 매력을 전파하려 기획한 자리다. 컨셉트 스토어와 지자체의 협력 프로젝트인 셈이다. 조반니 베타리니 피렌체 경제개발관광국장은 “루이자비아로마가 초청한 세계적 유명 인사들이 피렌체의 패션·관광·혁신의 진면모를 전세계에 전파하게 될 것이다. 이야기꾼들 덕분에 피렌체라는 도시가 한 번 들렀다 가는 곳이 아니라, 꼭 다시 오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색 있는 의류 상점을 넘어 도시의 매력을 알리는 홍보 대사가 된 컨셉트 스토어의 오늘을 짐작하게 하는 발언이다.





패션, 경제를 이끌다





파티 참석자(가운데)와 기념 사진을 찍는 모델 이요백ㆍ박형섭ㆍ김영ㆍ변우석(왼쪽부터).




피렌체는 역사적으로 유럽의 문예부흥, 즉 ‘르네상스’의 중심 도시로 기록돼 있다.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당대 유럽의 내로라하는 예술가와 장인을 끊임없이 후원했던 메디치 가문의 힘이다. 미켈란젤로, 다빈치, 보티첼리 등 무수히 많은 대가를 키워낸 도시다. 이탈리아 패션의 중심이라면 흔히 밀라노를 떠올린다. 하지만 구찌·페라가모 등 이탈리아 대표 브랜드는 피렌체를 근거로 성장했다. 피렌체가 패션과 명품의 고향인 이유다. 판코네지는 이런 피렌체의 패션계를 대표하는 유명 인사다. 판코네지의 행보는 21세기 이탈리아 패션의 르네상스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였다. 경제력이 문화를 부흥시켰던 게 본래 유럽의 르네상스였다면 이제는 패션이란 문화 아이콘이 경제 부흥을 이끈다는 얘기다. 그는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탈리아 패션 감각이 피렌체에서 꽃피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탈리아 패션의 특징은 다양성이고 루이자비아로마의 전세계 네트워크는 이런 다양성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고 했다. 피렌체포에버 행사에서 만난 세계적 명성의 구두 디자이너 주세페 자노티는 “한국 출신의 월드 패셔니스타 지드래곤과 개인적 친분이 있다”며 “피렌체포에버는 이탈리아 취향과 국제 패션이 융합하는 용광로 같은 행사”라고 했다. 행사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1000여 명의 국제 패션계 인사들이 어우러진 채 밤늦도록 계속됐다.



미래를 꿈꾸는 ‘착한’ 패션





매장 곳곳은 유명한 조랑말 캐릭터 ‘마이 리틀 포니’의 루이자비아로마 버전으로 꾸며져 있다.




루이자비아로마에는 3개 층에 걸쳐 여성 브랜드 700여 개, 남성 브랜드 400여 개가 입점돼 있다. 한국 백화점처럼 브랜드마다 매장이 구분돼 있는 것이 아니다. 해당 시즌의 컨셉트가 정해지면 판코네지의 지휘에 따라 엄선된 상품들이 짝을 맞춰 진열되는 형태다. 루이자비아로마는 피렌체포에버 파티를 개최하면서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다. ‘오버더레인보우’다. 귀여운 조랑말 캐릭터인 ‘마이 리틀 포니’에 총천연색 무지개 빛깔로 새 옷을 입혀 캠페인의 상징으로 삼았다. ‘마이 리틀 포니’는 유명 완구업체 ‘하스브로’(Hasbro)의 캐릭터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팝가수 레이디 가가 등 유명인들이 다양한 버전의 조랑말 인형을 수집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루이자비아로마는 매장 곳곳을 여러 가지 모습의 조랑말로 채웠다. ‘발맹’(Balmain), ‘마르니’(Marni), ‘펜디’(Fendi), ‘겐조’(Kenzo) 등 내로라하는 브랜드에서 각각의 개성을 입혀 특별 제작한 조랑말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수집가를 위해 경매에 출품한 특별판의 판매 수익금은 국제 아동권리 전문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될 예정이다. 컨셉트 스토어는 작은 백화점에 머물지 않고 세련된 기부 문화의 선봉에도 서 있었다. 개성 분출이라는 욕망이 결집된 컨셉트 스토어가 꿈꾸는 ‘착한 미래’였다.











판코네지 ‘루이자비아로마’ 대표





대규모 패션 문화 파티 ‘피렌체포에버’에 나타난 판코네지 루이자비아로마 대표(가운데 손든 이)




루이자비아로마는 최근 한국어 서비스(LVR.COM)를 시작했다. 회사 쪽에 따르면 LVR.COM은 2012년 한해 동안 전세계 소비자 3000만 명이 방문한 인기 쇼핑 사이트다. 한국 소비자는 15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피렌체 상점에 직접 가지 않아도 1주일 만에 최신 유행 상품을 받아볼 수 있게 됐다. 판코네지 대표는 “한국 소비자의 까다로운 취향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패션 상품은 대부분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한다.



“이탈리아의 취향, 오랜 기간 축적한 세계적인 트렌드 정보, 신뢰할 만한 배송 시스템이 우리의 강점이다. 남과 다른 것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눈 여겨 볼 것이라 확신한다.”



-유명 브랜드를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상품 자체와 배송 등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많다.



“우리 사업에 목표가 단 하나라고 한다면 그것은 신뢰다. 소비자는 물론이고, 우리가 물건을 사 오는 브랜드에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루이자비아로마의 선택을 믿고 주문했을 것이고 실제 상품을 받고 만족해야만 한다. 우리에게 최상품을 파는 브랜드도 우리의 선택을 통해 더 나은 브랜드가 되길 희망한다. 그러니 양쪽 모두에 신뢰를 주는 게 궁극적인 사업 목표다. 이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



-소비자 신뢰를 얻는 구체적인 복안이 있나.



“패션 소비자는 단지 옷을 사는 게 아니다. 꿈과 환상을 산다. 온라인에서 구매했는데 실제로는 꿈꿨던 것과 다르면 실망이다. 만약 그렇다면 우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전액 환불해주는 게 일관된 소비자 정책이다.





피렌체=강승민 기자 quoique@joongang.co.kr

사진=임한수 사진가·루이자비아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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