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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의 집단자위권 처리를 우려하는 이유

중앙일보 2015.07.17 00:01 종합 30면 지면보기
일본 자민당·공명당 연립 여당은 어제 집단자위권 허용을 골자로 한 11개 안보 관련 법안을 중의원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다. 참의원의 최종 통과가 남았지만 연립 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만큼 처리된 거나 다름없다. 이로써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집요하게 추진해온 군사적 정상국가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



 우방이 공격받을 경우 자위 차원에서의 무력행사를 인정하는 집단자위권은 유엔이 보장하는 권리다. 어엿한 국제사회의 일원인 일본에도 이를 행사할 마땅한 자격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격렬한 반대 시위는 주변국은 물론 일본 내에서도 얼마나 거부감이 심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법 개정에 대해 일본 국민의 8할은 정부 설명이 부실하다고 느끼고 과반은 평화헌법 위반으로 본다고 한다.



 한국·중국 등 주변국이 보는 시선은 더 싸늘하다. 군사대국으로 달려가는 일본이 또다시 파시즘에 도취해 언제 도발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까닭이다. 지긋지긋한 식민지 수탈과 참혹한 전쟁을 겪어야 했던 한국과 중국이다. 이들 나라 국민이라면 어떻게 군국주의의 악몽을 쉽게 떨칠 수 있겠는가. 특히 요즘 목도되는 아베 정권의 이중적 행태는 이 같은 의심을 부채질한다.



 일본은 최근 메이지 근대산업시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국제 무대에선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런데도 관련 서류의 잉크도 마르기 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에 이어 아베 총리 자신이 “강제노동은 없었다”고 딴소리다. 약속했던 피해자 추모시설에서도 조선인과 일본인 등 국적을 구분하지 않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조선인 피해가 일본인 강제징용으로 뭉뚱그려져 제대로 드러나지 않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조선인 강제노동에 대해 사과를 거부해온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가 미국인에겐 완전 딴판이다. 오는 19일 태평양전쟁 때 강제로 노역했던 미군 포로 및 유족들에겐 정식으로 사과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불신을 풀려면 일관되고 진정 어린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다음달 15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에 맞춰 나올 아베 담화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느냐가 진정성에 대한 중대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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