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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일군, 용의 허리 닮은 다랑논

중앙일보 2015.07.17 00:01 Week& 8면 지면보기



구이린(桂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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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광시구)의 구이린(桂林)은 신선이 산다 하여 선계(仙界)로 불리는 땅이다. 10만 개 봉우리 사이로 유유히 강물이 흐르는 절경을 자랑한다. 하나 광시구에는 선계보다 아름다운 속계(俗界)가 있다. 가파른 산비탈을 따라 1만 개가 넘는 다랑논이 조성된 룽성(龍勝)소수민족자치현이다. 중국의 소수민족 좡족(장족·壯族)과 야오족이 수백 년 동안 이 땅을 개간했다. 순박한 사람들이 합심해서 살고 있는 룽성현은 인간이 만든 무릉도원이었다.





광시좡족자치구를 찾는 여행객의 목적지는 대개 한 곳으로 좁혀진다. 천하 절경으로 소문난 구이린이다. 굽이굽이 흐르는 리강에 기기묘묘한 암봉 10만여 개가 서 있는 풍경을 보고 감탄하지 않는 이는 드물다. 전 세계 관광객이 구이린에 찾아와 중국 화폐 20위안 뒷면에 그려진 풍경이 실재하는 세계라는 것을 목격한다.



신선이 머무는 구이린을 뒤로하고 인간이 머무는 땅 룽성소수민족자치현을 찾아 나섰다. 아직 구이린처럼 유명하지 않지만 더 아름다운 풍경이 숨어 있다고 했다. 자동차로 2시간 넘게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니 높이 1000m가 넘는 고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첩첩산중으로 파고든 끝에 룽성현 룽지티톈(龍脊梯田) 풍경구에 도착했다.



비와 더위를 뚫고 달려오는 수고가 눈 녹듯이 사라질 만큼 룽지티톈은 장관이었다. 산비탈을 따라 다랑논이 줄줄이 이어진 모습이 용의 등허리를 뜻하는 ‘룽지’라는 지명과 퍽 어울렸다. 1만6500개가 넘는 다랑논은 거대한 용이 산 아래부터 꼭대기까지 휘감아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다랑논의 면적을 모두 합치면 71㎢나 된단다. 여의도의 8배가 넘는 셈이다.



‘장발족’ 홍야오족 여인의 전통 공연 모습




흔히 진컹티톈이라고 줄여서 부르는 진컹다자이훙야오티톈(金坑大寨紅梯田)이 다랑논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다. 이름을 풀이하자면 ‘훙야오족 진컹 마을의 거대한 다랑논’쯤 되겠다. 진컹티톈을 만든 훙야오족은 야오족 중에서도 붉은 옷을 즐겨 입는 소수민족이다. 원래 구이린에 살고 있던 홍야오족은 한족의 핍박을 못 이기고 산골로 쫓겨 왔다. 그들이 원나라(1271~1368) 때 정착해 700년 넘는 시간을 들여 개간한 땅이 진컹티톈이다. 중국 정부는 오지의 숨은 보석 룽지티톈을 세계가 찾는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개발 사업을 진행했다. 구이린부터 룽지티톈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뚫고 진컹티톈에 케이블카를 설치했다. 정부는 룽지티톈 입장료와 케이블카 이용료로 생긴 수입의 10%를 마을에 돌려주고 있다.



관광객이 늘면서 부족의 삶도 달라지고 있다. 마을에는 민박집과 식당이 들어섰고 아낙네들이 관광객의 짐을 들어주고 짐삯을 받는다. 벼가 익어가는 황금 들녘이 이제 진짜 돈을 생산하는 황금 땅으로 변하고 있다. 다행인 점은 룽지티톈이 아직 되바라진 여행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수의 홍야오족은 여전히 벼농사를 지으며 순박하게 살고 있다. “800명이 넘는 마을 주민이 한 가족처럼 살고 있어요. 공기 좋고 물 좋고 사람 좋은 이곳이 우리의 무릉도원이지요.”



룽지티톈 토박이인 판지아지(潘家祭)는 주민들이 욕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천국 같은 땅에 살고 있으니 일확천금을 챙겨 떠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홍야오족 여성들이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관광객을 위해 춤사위를 선보였다. 훙야오족은 긴 머리카락을 장수와 부의 상징으로 여겨 열여덟 살에 성인식을 올릴 때를 제외하고는 평생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는다. 비록 문명이 오지마을의 모습을 조금씩 바꿔가겠지만, 이들의 순수한 웃음은 변치 않길 바랐다.









●여행정보=룽지티톈에 가려면 구이린에서 시작해야 한다. 구이린 친탄 버스터미널에서 룽성까지 시외버스를 타면 2시간 30분이 걸린다. 룽성에서 룽지티톈까지 가는 버스는 수시로 출발한다. 1시간쯤 걸린다. 아시아나항공이 인천~구이린 직항 노선을 주 2회(목·일요일) 운항한다. 중국국제항공은 베이징을 경유해 구이린으로 가는 항공편을 매일 운항한다.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이 운영하는 모바일 웹페이지(m.cnta.kr) 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02-773-0393.





글·사진=임윤규 기자 time2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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