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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는 사람 도와달라” 30억짜리 땅 기부한 실향민

중앙일보 2015.07.14 01:01 종합 23면 지면보기
“내가 죽은 이후에도 굶는 사람을 계속 도와달라.”


‘사랑의 띠잇기’ 김허남 이사장
6·25때부터 줄곧 저소득층 도와
“세상 떠나도 약속은 지키고싶어”

 95세 노인이 이 같은 당부를 남기며 본인 소유의 30억원짜리 땅을 봉사단체에 기부한다. 굶는 학생들을 평생 도와 온 그는 “내가 죽고 나면 기부가 중단될까봐 자나 깨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부의 주인공은 부산 서구의 사단법인 ‘사랑의 띠잇기 봉사단 후원회’ 김허남(95·사진) 이사장. 김 이사장은 1920년 함경북도 명천군에 태어났다. 6·25 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한 그는 지금의 서구 남부민동에서 야학(夜學)을 열어 학생들을 가르쳤다.



 굶는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진 것도 이때부터다. 사비를 털어 가난한 학생들에게 밥을 먹였다. 휴전 후 54년에는 부산 천마산 기슭에 학교법인 백민학원을 설립했다. 현재 부산관광고와 송도중이 이 법인의 학교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지역의 두 학교에는 90년대까지 무상급식을 지원받는 학생 수가 100명이 넘었다. 학교에서 점심을 먹더라도 집에 돌아가면 저녁을 거르는 학생도 많았다. 전쟁을 겪으며 배고픈 설움을 경험한 그는 “적어도 우리 동네에서는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김 이사장의 다짐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현실화됐다. 96년 자민련 전국구 후보로 총선에 출마, 당시 최고령으로 금배지를 단 그는 지역 내 결식우려 가정을 찾아내 매달 10~20㎏ 짜리 쌀포대를 보냈다. 14일에는 부산 서구 암남동의 토지 4950㎡(4필지·시가 30억원)를 이 단체에 기부한다. 땅이 시가대로 팔릴 경우 매년 발생하는 이자 3800만원으로 지속적인 기부가 가능해진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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