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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의 노벨상 이야기] ‘노벨상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

중앙일보 2015.07.14 00:40 종합 28면 지면보기
김선영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10월이면 언론은 그들의 업적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는 언제쯤이나 받을까 하는 아쉬움을 표시한다. 이번 ‘노벨상 이야기’는 생리학과 의학 분야를 중심으로 수상 업적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물론 수상자들에게 얽힌 뒷이야기들을 소개함으로써 노벨상이 먼 나라 얘기가 아님을 알리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노벨상 업적과 수상자들의 연구 역정을 살펴보노라면 어떤 사람들이 노벨상을 받는지에 대해 실감나는 방식으로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누구나 노벨상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머리가 좋아서 당대 과학의 핵심 의문점을 간파하고 실험으로 증명해 받는 사람도 있지만, 평범한 연구자인데 열심히 일하다 보니 수상하는 경우도 많다. 지도교수와 대학원생 관계에서 나온 업적으로 추후 공동 수상한 적도 있으니 주니어들도 도전 정신을 가져야 한다.



 10월마다 우리 언론은 수상 가능성이 있는 한국인 혹은 한국계 외국인들의 이름을 나열한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생리학과 의학 분야에서 나오는 이름들 중에서 실제로 수상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왜 그런지를 이해하려면 과학적 성과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먼저 지식의 변경을 넓혀주거나 패러다임을 바꿀 정도로 창의적이거나 파괴적인 성과가 있다. 대부분의 노벨상은 여기에서 나온다. 다음으로는 연구가 사회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실용적 성과를 내는 경우다. 예를 들어 형광단백질 유전자 발견은 지엽적인 발견인 것 같았지만 생명의과학 분야에 혁명을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기존 지식에다 정보를 추가해주는 ‘증분(增分)’형 성격의 연구로부터 나오는 성과가 있다. 큰 틀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불명확하던 부분을 채워줘 그 분야의 점진적 진보에 기여하는 연구다. 이런 경우에는 아무리 좋은 학술지에 논문을 수십 편 발표해도 노벨상을 못 받는다. 우리 언론에서 거명하는 후보자들은 대부분 이에 속하기 때문에 수상 가능성이 낮다.



 이번 연재를 통해 중고생과 대학생들에게는 과학을 재미있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교사와 교수들에게는 흥미로운 교육거리를, 젊은 연구자들에게는 도전 정신을, 공무원들에게는 정책 수립 시에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김선영



약력=서울대 미생물학과,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 서울대 생명공학공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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